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 항소를 취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권을 지키는 것”이라며 "한 민간인이 비인도적 만행을 당했다면 국가는 당연히 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사건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측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대준씨가 남측 해역에서 실종된 후 38㎞ 떨어진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졌다.
결국 해경과 국방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7개월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으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면서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특히 국방부는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아 최초 발표에서 변경된 입장을 언론을 통해 설명했다"고 했다. 이는 '월북 시도'로 잠정 결론을 내린 배경이 당시 청와대 판단에 있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진 월북의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당시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것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밝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아직까지 그 의도는 저희가 확인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보수진영에서는 '종전 선언' 등을 추진하던 청와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이례적으로 사과한 것도 북한군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현재 관련 정보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봉인된 상태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관할 고등법원장 영장 발부 △전직 대통령 또는 지정 대리인의 열람 후 공표 등이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취임하기 전 전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목록이나 내용을 현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료 열람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으로, 사법부 판단을 받아본 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으면 추가로 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 청와대가 국방부 등 관계 기관에 보낸 공문들이 남아 있고,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은 '과거의 부당한 조치'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유가족들이 여러 차례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이라며 "다시 한번 과거 기록들을 살펴 유가족들의 진상 규명에 정부가 응답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