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소비지출이 이미 감소할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1.5~1.75% 범위까지 올렸다. 연준의 이번 조치는 예상을 넘어선 것이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정책금리는 1.25~1.50%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연준은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한 데 이어 연말까지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것이며 내년에도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으로 경제가 급격하게 둔화할 것이며, 인플레이션은 낮추는 대신 실업률은 높아질 수 있다고 보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역시 연착륙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라이언 스위트 통화 정책 연구 책임자는 리서치 노트를 통해 "연준은 정책 입안자들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지만, 문제는 이런 조치가 결국 경제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으며, 긴축으로 선회하는 통화정책의 변화는 아직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소비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의 5월 소매판매는 5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15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하향 조정했다.
구겐하임의 스콧 미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소비자 지출의 둔화를 고려할 때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년 경기침체를 언급하는 경제학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웰스 파고의 제이 브라이슨은 15일 대략 일주일 전에는 연착륙 예상했지만, 이제 기본 시나리오는 완만한 경기침체로 변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전문가들이 경기침체 강도가 극단적으로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배경에는 양호한 고용시장이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5개월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노동시장의 공급은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 결국 탄탄한 고용시장은 소비자지출의 위축 폭이 급감하는 것을 막아줄 것이며, 경제위축이 지나치게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연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냉각될 경우 연준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침체를 향해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팬데믹 충격의 여파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돌발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의 금리 인상으로 주택시장은 이미 약화했으며, 서비스 지출로의 이동과 높은 휘발유 가격으로 다수 유통업체의 매출도 이미 압박받기 시작했다.
WSJ은 앞으로 경제의 향방은 역시 인플레이션 추세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로 물가상승세의 냉각이 확인될 경우 연준은 급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고, 경기의 연착륙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게 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한다면 연준이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24년 초까지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부상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언급되지 않았던 이런 전망의 확률은 최근 75%까지 올라갔다.
경기침체란 일반적으로 몇 개월 이상 전반적 경제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2020년에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깊은 침체에 빠졌다가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