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역사 톺아보기] 선거철만 되면 돌아오는 '모임' 논란…중심엔 '계파 갈등'

2022-06-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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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내 이준석 '혁신위'와 장제원 '민들레' 시끌

과거 박근혜 '진박'·이명박 '내일로' 등 사모임 有

민주당도 친문vs비문 부추긴 '부엉이 모임' 논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 축하행사 및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당권을 놓고 계파 갈등에 휩싸인 모양새다. 갈등의 중심에는 이준석 당 대표가 당의 혁신을 목표로 꾸리겠다고 한 '혁신위원회'와 장제원 의원 주축으로 꾸려질 예정이었던 공부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가 있다.

혁신위는 당 대표가 공식 발족한 당내 위원회고 민들레는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꾸린 공부 모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다가올 전당대회와 총선 공천권을 두고 계파 갈등의 전초전을 드러냈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는다.
◆다른 듯 같은 성격의 모임…이준석의 '혁신위'와 장제원의 '민들레'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혁신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표하는 의원들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작은 배현진 최고위원의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의 '직언'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배 위원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달 2일 최고위 혁신 과정에서는 논의되지 않았던 '공천 개혁' 의제를 이 대표가 상의 없이 추후에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배 의원 측 관계자도 "혁신을 하겠다는 모임의 취지는 좋은데 (모임의) 어젠다를 정해놓고 위원회에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의원이 어디에 있겠나"라며 "배 의원도 혁신위 출범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동의했지만 추후 상황이 이렇게 돼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회의에서 '공천 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공천 개혁이 오는 2024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견제하고, 이 대표의 당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혁신위를 두고 윤핵관 중 하나인 정진석 의원과 이 대표가 설전을 벌인 것을 두고 '계파 갈등'의 전초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 의원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혁신위를 '이준석 혁신위'라고 표현하면서 "최재형 혁신위원장과 천하람 위원으로 보면 '이준석 혁신위'로 시작하는 것 같다"며 "혁신, 개혁, 변화는 언제든지 좋은데 갑자기 화두만 던지고 우크라이나로 갔기 때문에 '이 혁신이 무슨 혁신인가'하는 궁금증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오히려 (정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는 제가 최 위원장을 추천한 것 외에 정 의원께서 전원 선임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이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인사 전횡을 휘두르려면 공관위에 '내 사람'을 넣지 혁신위에 넣겠나"라고 반박했다.

계파 갈등의 불씨를 당겼던 국민의힘 내 '친윤(친 윤석열)' 그룹 중심으로 오는 15일 출범이 예고됐던 의원 공부모임 민들레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이 대표가 해당 모임이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자, 장제원 의원이 모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장 의원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민들레 모임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관련해서 우리(인수위 출신)가 국정과제를 좀 아니까 이걸 가지고 '오픈 플랫폼'을 만들자고 한 것"이라며 "내가 어떻게 주도를 하나. 확대해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민들레는 국정 현안에 대한 정책·정보 공유와 소통을 위해 윤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로 출범할 예정이었다. 이 모임에는 인수위에 참여했던 이철규·이용호 의원이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해당 모임을 두고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계파 모임이라고 지적하며 "민들레는 사조직"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도 지난 10일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발족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파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윤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며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의 분열로 이어져서 정권 연장 실패로 이어진 예가 많고, 당의 몰락으로 가게 된 예가 많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정현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과거에도 '계파 갈등'으로 비춰졌던 사모임…박근혜 '진박' 이명박 '내일로'

당권을 두고 당내에 생겼던 계파 갈등은 늘 있어왔던 문제다. 지난 2000년대 말에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선 17대 대통령 선거 경선을 두고 '친박(친 박근혜)'과 '친이(친 이명박)'로 계파가 쪼개졌다.

2007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쪼개진 계파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모임으로 생겨나 2008년 총선 때 친박계 의원이 대거 낙천하면서 친박연대 등으로 여권이 분열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18대 총선 3개월 뒤인 지난 2008년 7월에는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내일로)'가 꾸려졌다. 이 모임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주축으로 40여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이후 참여 의원들이 70여명까지 늘어 보수 진영의 최대 실세 모임으로 불렸다.

친박계 모임으로는 유기준·김무성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여의포럼'이 대표적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유정복 인천시장과 이정현 전 의원 등이 참여한 '선진사회연구포럼'도 대표적인 친박계 공부 모임이었다.

초창기 이들은 순수 '공부 모임'을 표방했다. 그러나 재·보궐 선거 등을 앞두며 본격적인 '계파 모임'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 상임고문은 지난 2011년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내일로 모임 만찬에 참석해 "당 주류라고 하는 의원들이 그냥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 오늘 모임은 4·27 선거 승리를 위해 치밀한 계획을 다시 짜서 체계적인 지침을 마련하려는 자리"라고 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 상임고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 의뢰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파 싸움은 이어졌다. 친박과 비박(비 박근혜)로 나뉜 계파는 2016년 총선 과정에서 진박(진짜 박근혜) 논란을 낳으며 총선에서 패배했다.

◆민주당에도 계파 갈등 있었다…'친문' vs '비문' 갈라졌던 '부엉이 모임'

계파 갈등은 보수 진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과거 민주당에서도 전당대회와 21대 총선을 앞두고 '모임'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친문(친 문재인) 의원을 주축으로 한 비공개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민주당 당권 경쟁은 혼돈에 빠졌다. 부엉이 모임은 노무현 정부 출신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에 영입한 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회원수가 40여명까지 늘어났다.

비문(비 문재인) 진영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계파 몰아주기'라며 반발에 나섰고, 친문 진영에서는 '친목 모임일 뿐이며 조직적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비문 진영에선 해당 모임이 계파 싸움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 전 대통령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제가 된 것은 이들이 모임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 단일화를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문제가 커졌다.

계파 정치라는 비판을 당 안팎으로부터 받자 부엉이 모임에 참여한 의원들은 "정치와는 무관한 친목 모임이라는 해명"과 함께 해체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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