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물류비 인상에… 울상 짓는 가구업계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유가 상승 등으로 원자재 가격 및 운임비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대한목재협회에 따르면 가구에 주로 사용되는 러시아산 제재목(3.6m·3.0㎝·3.0㎝ 규격)의 지난 4월 가격은 최대 9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대비 57.8% 오른 수준이다.뉴질랜드 소나무(뉴송)도 동일한 규격의 지난 4월 가격이 50만1000원으로, 같은 기간 39.1% 올랐다. 뉴송은 전달과 비교해도 가격이 9.9% 상승했다.
이처럼 국제적인 원자재·물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가구 ‘빅2’를 비롯해 업체들이 실적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한샘은 올해 1분기 매출 526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 60.2% 감소한 수치다. 현대리바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36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같은 기간 70.3% 급감했다.
가구 가격 줄인상… 화물연대 총파업도 영향 받나
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시장 환경이 배경이 됐다. 한샘은 지난 2월과 3월 창호·마루, 주방·욕실 제품을 각각 평균 4% 인상한 데 이어 4월 침대·소파·책장 등 가격을 평균 4% 올렸다.현대리바트는 지난 1월 소파·침대 등 가정용 가구제품 가격을 평균 약 5% 인상한 데 이어 이달 2일부터 주요 품목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평균 인상률은 소파·식탁·장롱 등 가정용 가구가 3~4%, 주방·욕실 가구는 2%대다.
신세계까사도 이달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일부터 전체 1000여종 가구 제품 중 800여종 판매 가격을 최대 10% 상향 조정했다. 신세계까사의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반기에도 가구 가격 줄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및 운임, 인건비 등의 상승이 원가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총파업도 업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항구의 화물 반출량이 감소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목재 운송에 차질을 빚거나,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진 않다”면서도 “OEM 생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잘나가던 인테리어 사업도 ‘흔들’… 대응 총력
주택매매거래량 감소 역시 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주택매매거래량은 13만834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5%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업체들은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세를 감안해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시장 상황은 어렵지만,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데다 시장의 비브랜드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샘은 이달 말까지 리하우스 대형 쇼룸에서 리하우스 패키지 공사를 1000만원 이상 계약하는 고객에게 △숙박 상품권 △보관이사 상품권 △청소 상품권 △백화점 상품권 등의 사은품을 제공한다. 고객은 계약 금액에 따라 최대 4개까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 8일에는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예컨대 한샘이 리모델링 신청 고객에게 공사기간 중 제공할 숙박상품이나 여행상품을 하나투어와 함께 개발하는 등 다양한 협업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대리바트도 토털인테리어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토털인테리어 브랜드 ‘리바트 집테리어’를 선보인 뒤 공격적으로 영업망을 확충하는 중이다. 리바트 집테리어는 주방가구·욕실·창호·바닥재·벽지 등 전 분야 인테리어 대한 상담부터 공간 컨설팅·구매·시공·사후관리(AS)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브랜드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가정용 가구 전시장을 리바트 집테리어 플래그십 스토어(체험 매장)인 ‘리바트토탈 강남’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 밖에도 올해 말까지 백화점과 주요 지역 상권에 14개 직영 매장을 열고, 대리점은 현재 150여곳에서 총 300여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인상 압박으로 실적이 주춤한 상황”이라며 “지난해에도 업체들이 3~4차례씩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올해도 불가피하게 가격을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