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자기주식 매입 신탁 2조원 돌파… 주가하락 방어 안간힘

2022-06-06 16:00
  • 글자크기 설정

[출처=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규모가 2조원을 돌파했다. 증시가 장기간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자사주 매입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랠리가 지속되며 증권사의 신탁계약 규모도 증가했다. 신탁금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KB증권으로, 계약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증권으로 확인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총 113곳이다. 신탁계약 총액은 2조352억원으로 집계됐다.
◆LG, 5000억원 통 큰 자기주식 취득 베팅
자사주 신탁계약 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LG다. LG는 지난 5월 27일 5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금호석유(1500억원)와 KCC(10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1000억원), 메리츠증권(1000억원), 메리츠화재(1000억원)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SK케미칼과 카카오게임즈, 씨젠 등도 각각 5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상장사가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는 까닭은 하락장에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2977.65였던 코스피는 5월 말 2685.90으로 9.79%(291.7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1033.98에서 893.36으로 13.59%(140.62포인트) 떨어졌다.

◆자기주식 매입은 하락장 주가 방어 수단
이 같은 하락장에서 자기주식 매입은 확실한 주가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가 오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7만4000원이었던 LG 주가는 5000억원 규모로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후 장중 한때 8만2000원으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3일 종가는 8만100원으로 공시 직전 주가 대비 8.24%(6100원) 상승 마감했다.

상장사가 직접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직접취득과 달리 신탁계약은 증권사 수입원으로도 작용한다. 은행권이 신탁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신탁은 증권사로 몰린다. 올해 5월까지 신탁액 2조352억원 중 약 94%인 1조9147억원은 증권사가 계약했다.

◆증권사 수익 효과 미미···관계 유지 차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탁계약 수수료는 신탁액 대비 20~80bp(0.2~0.8%) 수준이다. 통상 3~5% 수준인 기업공개(IPO) 수수료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이지만 약세장으로 인해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증권사로서는 무시할 수도 없는 수치다.

지난 5월까지 체결한 신탁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KB증권이다. KB증권은 9개 상장사에서 612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LG 신탁액 5000억원을 단독으로 수주한 것이 1위 달성을 견인했다.

삼성증권은 30개 상장사와 4845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메리츠화재(1000억원)와 씨젠(500억원), 세방전지(500억원) 등 대규모 계약을 비롯해 10억~100억원 규모의 소규모 계약도 다수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3092억원을 15곳에서 신탁받았다. 상장사별로는 KCC가 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게임즈(500억원)와 엑세스바이오(300억원), DL이앤씨(290억원) 등도 한국투자증권을 찾았다.

NH투자증권(2175억원·19곳)과 미래에셋증권(1025억원·10곳)도 1000억원 넘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수주했다. 이 밖에도 대신증권(785억원·11곳)과 SK증권(620억원), 신한금융투자(200억원) 등도 약진했다.

신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A증권사 관계자는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은 최저수수료를 적용할 때가 많다 보니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향후 상장사가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신탁계약 체결 이력을 바탕으로 주관사에 선정되는 사례도 많아 관계 유지 차원에서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