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비빔면의 팬 사인회 응모 이벤트가 팬심을 이용한 과도한 상술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포켓몬빵의 띠부씰(탈부착 스티커)에 이어 사행 심리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팔도는 지난 13일부터 비빔면 안에 들어있는 이준호 포토카드(포카)로 ‘팔도+비빔면’ 글자 조합을 완성한 고객 50명을 초청해 다음달 11일 이준호 팬 사인회를 열기로 했다.
팬 사인회 참석을 원하는 고객은 글자 조합을 완성한 뒤 자신의 사회과녜망서비스(SNS)에 이를 인증해야 한다. 응모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팔도는 추첨을 진행해 최종적으로 팬 사인회 참석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가수나 배우들의 팬 사인회는 보통 추첨을 통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가수의 앨범을 구매하면 팬 사인회 응모권이 있고, 추첨을 통해 사인회 참여권이 주어지는 형태다. 응모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일부 팬들이 같은 앨범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팔도 행사에서는 참여권은커녕 응모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논란이 된 이유는 ‘팔도’ 포토 카드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점이다. 각종 SNS상에는 “포토 카드 130개(비빔면 기준 650봉)를 구매했지만 모두 ‘비빔면’ 포토 카드였다”, “마트 두 곳을 돌아다니면서 포토 카드가 달린 비빔면을 모두 사 왔는데 다 ‘비빔면’ 글자만 나왔다”, “‘팔도’ 포토 카드가 존재하기는 하는 거냐” 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비빔면을 계속 구매하는 팬들의 모습을 도박 중독에 비유한 패러디물까지 등장했고, ‘팔도’ 포토카드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비싼 값에 거래하려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처럼 구매 욕구를 높이는 마케팅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재출시한 SPC삼립의 포켓몬빵이 한정된 제품 공급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높이는 희소 마케팅의 대표 사례다.
포켓몬빵은 1세대 포켓몬 띠부씰을 도감 순서대로 1번부터 151번까지 빵에 동봉하고, 인기 포켓몬은 포즈를 추가한 띠부씰을 재출시했다.
만화 포켓몬스터 세계관을 제품에 반영한다는 빌미로 ‘희소성’ 콘셉트도 추가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포켓몬과 뮤·뮤츠 등 전설 속 포켓몬을 각각 구분해 전설 속 포켓몬 띠부씰은 극소량만 제품에 넣어 소비자가 쉽게 얻지 못하도록 해 더 갖고 싶어 하는 욕구를 끌어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희귀 띠부씰이 5만원 이상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1500원의 포켓몬빵 가격의 30배가 넘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못 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업의 희소 마케팅을 접목한 이벤트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박성 짙은 이벤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길 경우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당첨자 1명은 행운을 얻을 수 있지만 이벤트 진행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결국 소비자들 몫”, “성인들도 이런 상술에 빠지는데 청소년들은 더 쉽게 현혹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팔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팔도 관계자는 “비빔면에 포함된 팔도 포카의 비율은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 24일 기준 1594건이 응모됐다”며 “비빔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확률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팔도는 팬 사인회 추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