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 제1항은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지급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이 삭감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다고 무효라는 판결(서울고법 2019나2016657)은 있었다. 이번 판결은 사업주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유효한 임금피크제의 효력 인정 기준을 법원이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실질적 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가 된다. 무효가 된 임금피크제를 기준으로 지급한 임금은 근로자에게 입금을 전액 지급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자는 못 받은 임금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유효한 경우에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임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55세 근로자를 가정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본다.
#1. 정년 연장하고, 연장 구간 임금을 줄인 임금피크제(정년연장형). 예를 들어 A 회사가 2016년 1월부터 직원 정년을 기존 58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정년 연장 구간의 임금을 이전의 60%로 줄이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A회사 직원 B가 55세라는 나이 때문에 회사에 삭감된 임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 경우 A회사의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고, 연장구간의 임금을 줄인 것으로 근로자의 불이익으로 볼 수 없다. 유효한 임금피크제다. B는 A 회사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이유로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할 수 없다.
#2. 정년 연장이나 업무강도 조절 없이 연령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정년유지형). 예를 들어 정년이 60세인 C 회사가 2016년 1월부터 직원의 정년을 그대로 둔 체 55세부터 이전 임금의 60%로 줄이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C 회사 직원 D(55세)는 회사에 삭감된 임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이나 업무강도 조절 없이 단순히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무효이다. 이 경우 D의 기존 연봉이 6000만원이고, 임금피크제로 2016년 연봉이 이전 연봉의 60% 수준인 3600만원이 되었다면, D는 그 차액인 2400만원을 2016년 미지급 임금으로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감액된 임금을 받은 근로자는 덜 받은 임금을 전액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의 적용을 받으므로, 소멸시효 도과 전에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다른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여부,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시행 방법 등을 두고 노사 간 재논의·협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