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디지털 기업인 네이버에서 인공지능(AI) 기술 연구조직을 이끄는 임원이 한국을 세계 3위 디지털 선도국으로 도약시킬 국가 혁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국정과제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에 도전하는 윤석열 정부에 전 사회적인 업무·의사결정 틀을 디지털 기반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장기적인 인재 양성 방안과 구체적인 추진 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하정우 네이버 AI연구소장은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개최한 '디지털 혁신 정책 방향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어떤 프로세스를 바꾸거나 환경을 전산화하는 개념이 아니라 굉장히 진보한 기술을 활용해 과거엔 불가능했던 수준에서 아예 새롭게 정의된 문제를 해결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과거에 정의된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그걸 어떻게 풀 것이냐가 아니라 (문제를 인식하는) 틀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활용의 핵심 시나리오로 AI가 꼽힌다. 하 소장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관점에서 역시 AI가 연관될 수밖에 없다"면서 "(AI 역량을 놓고 볼 때)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5~6위권 정도에 있는 것 같은데, 미국·중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저 멀리 앞서가는 1·2위라는 점에서 5~6위는 의미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때를 놓쳐 훨씬 낮은 서열로 추락할 수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노력하면 3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 소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인재 양성이 중요한데, 단기적인 엔지니어 양성도 필요하지만 AI·디지털 리터러시 강화 관점의 교육과 인구 감소 추세를 감안한 장기적 정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도 디지털 전환 전략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상위 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추진체계, 이미 디지털 전환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민간 전문가들 역량 활용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소장은 "먼저 굿투해브(이상적인 목표)보다 머스트해브(필수) 아이템을 골라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면 좋다"고도 언급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정책 추진 과정에 흔히 나타나는 과욕과 조급함을 경계하라는 당부다. 그는 또 "업계에 'AI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경고와 기술 분야 투자 위축 흐름 등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오는 법 아닌가"라며 "미국에서 닷컴버블이 꺼질 때 구글이 나온 것처럼 우리도 지금 위기를 극복하면 세계 3위권에 드는 디지털 (선도)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