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준에 따르면 암호화폐 겨울은 2017년 이후 5번, 2021년 이후 3번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2번의 폭락기에는 각각 14주, 10주 동안 하락기가 이어졌으며, 당시 비트코인의 하락률도 45%와 47%였다. 자산운용회사인 솔리즈 파이낸스의 조세프 에드워즈는 "비트코인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자산이 아니다"라면서 "지금 비트코인으로 1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1월 10일 6만 9000달러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가치가 절반 이상 하락했다. 현재 전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1조3000억 달러로 11월 최고치였던 3조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데이터 플랫폼 코인글라스의 비트코인 공포-탐욕 시장 심리의 지수는 13까지 떨어졌다. 0은 극도의 공포를 100은 극도의 탐욕을 나타낸다. 13은 시장의 심리가 얼마나 위축됐는 지를 보여준다.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하는 이더리움의 가격도 지난해 11월 최고치에 비해 60%가 떨어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지난 5월 9일기준으로 3만 3600달러를 기록한 비트코인 투자자의 40% 정도가 수익률 손해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냉각기에도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락했지만, 시장 지배력은 7개월만에 44%로 상승했다. 이는 다른 코인들에 비해 비트코인의 하락폭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힌다.
지금까지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은 암호화폐 시장의 랠리를 도왔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올린데다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위험자산인 암호화폐의 급등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40년만에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올려야하는 입장이지만, 급속한 경기침체를 피해가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도 함께 안고 있다. 불확실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주식시장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보다 더욱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가 당장 활력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전 암호화폐에 겨울과 비교해 시가총액이 더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시장이 수조 달러 규모로 커졌기 때문이다. 수백 개의 코인이 90%가량 폭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는 더욱 커졌다. 투자 전문 신문 '데일리 더트냅'의 제러미 딜리안 편집장은 블룸버그에 "이번 겨울은 이전보다 더욱 길고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앨리 인베스트의 린지 벨 수석 시장 및 자금전략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암호화폐로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해한다"면서 "필사적으로 버텨내거나 손실을 보더라도 시장을 나가야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암호화폐가 포트폴리오의 1~2% 이상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잭 도시 블록 CEO는 최근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머스크는 “암호화폐는 정부에 대항하는 개인의 힘을 증가시키고, 사람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 역시 “암호화폐는 현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개인에게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해 세계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여전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