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 루나 사태가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라 생태계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테라를 맡기면 연 20%에 달하는 이자율을 주는 ‘앵커 프로토콜’ 덕분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금융권에에서도 20%의 이자율을 보장하는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테라에 몰리기 시작했다. 테라의 시가총액 중 70~80% 이상이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된 자금이었다. 테라의 자매 코인인 루나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달 루나 가격은 15만원(약 119달러)까지 치솟아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 내에 들기도 했다.
그러나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테라·루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자율 20%를 보장하는 방식이 지속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테라는 달러와 가격을 연동한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루나와의 차익 거래를 통해 가격이 유지되는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탈중앙화 금융이란 금융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실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이용자끼리 대출, 결제, 파생상품 투자, 신원인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탈중앙화 금융이 사기,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 수익모델 확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신근영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은 “앞으로 다단계나 사기성 프로젝트로 대충 만들어 돈을 모았던 디파이나 NFT(대체불가능토큰)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가상화폐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