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CJ제일제당 백설 찰밀가루(1㎏) 제품 평균 판매가격은 올해 1월 2290원에서 5월 2546원으로 올랐다. 4개월 만에 11.2% 상승한 것이다. 100g당 가격을 따져보면 가격 상승률은 더욱 높아진다. 백설 찰밀가루 100g당 판매가는 1월 229원에서 5월 255원으로 11.4% 올랐다. 밀가루 원료인 소맥 가격은 지난 16일 기준 t당 458.3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64.58%나 급등했다.
밀가루 가격이 치솟은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 크다. 밀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수출 비중이 약 25%를 차지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곡물 수입 비중이 80%로 높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밀 생산국 3위인 인도가 지난 14일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한 것도 원재료 수급에 대한 시장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게다가 우리나라 주요 밀 수입국인 미국마저 50개주 중 30개주가 가뭄으로 밀 작황이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밀가루를 많이 쓰는 과자와 라면 등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국내 식품 기업은 당장 원재료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가격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제분업계에서도 밀가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면 식품업체 원가 부담은 더 가중되고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이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식품업계 고민이 여기에 있다. 업체들 역시 연내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라면과 식품 제조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는 지난달 각각 대표 제품인 허니버터칩과 빼빼로 가격을 13.3% 올렸다. 국내 라면업계 '빅3'인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은 지난해 8월 이미 일부 라면 가격을 한 차례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는 원·부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가격 인상 효과가 실적에 매우 제한적으로 반영됐다"면서 "2분기 말부터는 원가 부담이 더 심화할 수 있고, 연내 추가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원재료 단가 상승 흐름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가격을 인상해 수익성 방어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인상 시기를 놓고는 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데다 정부가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시점이어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특히 과자와 라면은 서민 먹거리다. 관련 제품이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자칫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는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며 "올리더라도 하반기쯤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