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주최하고 수원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022 수원연극축제’가 3일간 총 21개 작품을 선보이며 자연친화적인 예술축제로 펼쳐진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서 연극뿐만 아니라 거리극, 무용, 신체극, 서커스, 공중퍼포먼스 등 현대 공연문화의 정수를 즐기며 예술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2022 수원연극축제는 해외작품의 초청이 어려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국내의 실험적인 공연작들을 대거 선보이며 10개의 공모작과 11개의 초청작이 숲속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공모작 중 대표작은 ‘창작중심 단디’의 ‘고도’라는 작품이다. 금·토요일 저녁 8시30분 경기상상캠퍼스 사색의동산에 마련된 거대한 구조물을 무대 삼아 공중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상을 의미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에 오르는 유일한 길인 줄을 매달아 아득하게 높은 길을 오르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올해 연극축제는 다채로운 장르의 공연 중 다수의 서커스 작품들이 화려한 볼거리를 선물한다. △공연자들의 역할과 균형·협업으로 완성하는 서커스 기예처럼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우리 모두의 충실한 역할 수행에 대해 고민하는 ‘다 함께 막거나, 다 같이 죽거나(초록소)’ △수직 기둥에 오르는 세 명의 남자를 통해 수직적 사회구조를 돌아보는 ‘수직(포스)’ △크레인에 연결된 30m 밧줄을 타는 인간을 통해 본질과 내면을 고찰하는 ‘숨(공연창작집단 사람)’ △연료가 고갈된 자동차에 청년을 빗대 시동을 끌 수 없는 절박함을 표현한 ‘쉼표(아이모멘트)’ △폴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느끼는 두려움, 떨림, 불안, 흔들림, 전율,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폴로세움(서남재)’ △씨어휠(Cyr wheel) 서커스와 바이올린, 기타 등이 어우러져 기원하듯 한을 풀어내는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해원(解願, 코드세시)’ 등이 모두 서커스 장르다.
또 전염병으로 인한 고립과 혼란 등 심리적 불안감을 영상과 소리, 설치미술의 형태로 보여주는 ‘우연한 방문객(프로젝트 잠상)’, 의지의 힘과 자유로움에 대해 고찰하는 무용 공연 ‘초인(위버멘쉬, 멜랑콜리댄스컴퍼니)’, 우연히 무예고수가 된 환관 이태백의 호위무사 도전기를 신명나는 무대로 펼쳐보이는 넌버벌 퍼포먼스 ‘호위무사(수원시립공연단)’ 등도 재미를 더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수원탑동시민농장에서 열리는 연극축제는 실험목장이었던 장소의 특정한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푸른지대창작샘터 앞 삼거리와 옆 공간, 실험공간A, 구 우유사 등 네 곳을 무대로 공연과 전시가 펼쳐진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으로는 11개 초청작 중 대표작인 ‘비상:한국버전’이다. 오후 3시부터 삼거리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프랑스 극단 아도크의 원작을 한국 젊은 배우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외(WAE)’가 재구성한 작품으로 성인이 되어 자신만의 둥지를 찾는 청년들의 고민을 강렬한 예술적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특히 과거에 실험목장이었던 탑동시민농장의 역사성을 담은 작품 ‘피, 땀, 눈물(극단 문)’은 생명체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에게 연구 대상으로 실험당했던 소, 돼지, 닭 등 동물의 이야기를 그림책 낭독 형식으로 들려준다. 이틀간 총 5회 공연하며 연계 전시도 마련돼 함께 즐길 수 있다.
거리극 ‘두 개의 길(바람컴퍼니)’도 탑동시민농장의 역사를 통해 생명을 환기하는 의미를 더한다. 설치와 공연으로 자연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균형을 예술적으로 모색한다. 오후 4시30분 실험공간A에서 진행된다.
또 오후 5시30분에 구 우유사 앞에서는 스스로 움직이는 침대를 타고 비현실적인 공간을 항해하는 한 사람이 세상과 사람에게 몸짓으로 말을 거는 거리극 ‘항해(마린보이)’가 공연된다.
시민들이 유목민으로 등장해 시를 쓰고 설치해 퍼포먼스로 흔적을 남기는 등의 행위로 자연과 교감하는 ‘숨을 거니는 싯구들(비주얼시어터 꽃)’, 관객이 헤드폰을 착용하고 직접 참여하는 거리극 ‘창의력학습(상)(제너럴쿤스트)’, 기후 위기를 다루는 ‘이동하는 세계(온정연 개인전)’,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퍼포먼스 ‘드로잉서커스(크로키키브라더스)’, 실시간으로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력청소부(쇼갱)’ 등이 관객과 배우의 소통으로 완성된다.
또 푸른지대창작샘터 참여작가와 함께하는 잔디밭 예술놀이터에서 드로잉, 모빌만들기, 자연물 꽃꽂이 등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유팩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체험교실,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화분을 만드는 ‘플라스틱 보물찾기 탐험대’, 폐기물로 쓸모 있는 것을 만들며 자원순환을 이해하는 ‘같이공방, 탄소중립 업사이클링체험’ 등은 어린이가 즐기기 좋은 가족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서식지를 잃고 아래로 내려온 북극곰과 위로 올라간 회색곰이 우발적으로 만나 탄생한 ‘그롤라(Grizzly+Polar) 곰(극단 서울괴담)’을 통해 지속가능한 자연에 대해 고민하는 설치미술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작품도 축제장을 가득 채웠다.
뿐만 아니라 공연장 곳곳에서는 한국전통음악부터 아프리카 음악 떼게레, 탱고와 재즈 등 음악공연이 더해져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우선 임시주차장은 탑동시민농장을 비롯한 8개가 운영된다. 탑동시민농장과 탑동야구장, 수원유스호스텔, 서울대농업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 더함파크 등은 행사가 열리는 3일 내내 운영된다. 또 행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식량과학원 가공이용연구동은 주말 양일간, 서호중학교는 일요일에만 주차장을 개방한다.
주말에는 더함파크와 호매실지구를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더함파크 정문에서 상상캠퍼스까지는 낮 12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1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되니 멀리 주차해도 걱정이 없다. 또 호매실지구 주민들이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호매실동 행정복지센터와 금곡동 스타벅스 앞을 경유하는 셔틀버스도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운행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다.
축제가 펼쳐지는 행사장에는 푸드존 2곳이 마련돼 다양한 공연을 접하는 틈에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경기상상캠퍼스 정문에서 진입하는 입구 부근과 경기도 업사이클플라자 앞에 먹거리 공간이 마련된다. 먹거리 공간은 친환경 구역으로 다회용기가 제공되고, 채식 메뉴를 필수적으로 준비해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을 더한다.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람객 스스로 기본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축제장 내 모든 공간은 전자담배를 포함한 흡연과 음주가 금지된다. 농작물 무단 채취와 훼손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며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한다.
특히 현장에 가지 못하는 시민들도 온라인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표작인 ‘고도(21일 오후 8시30분~오후 9시)’를 비롯한 8개 작품이 메타버스 축제장과 수원문화재단 유튜브 등으로 중계된다. 편안한 장소에서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연극축제가 코로나19 이후 장기화된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많은 시민들이 숲속에 마련된 축제 현장에서 다채로운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