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증권으로 판단한 이후 주요 업체들은 자사가 발행하는 상품에 대한 증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금융당국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들과 뮤직카우, 문화 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 펀더풀 등은 자사 상품을 증권으로 판단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조각투자 플랫폼은 자사 상품이 증권이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 이들 업체는 테사와 소투, 아트앤가이드, 피스, 트레져러 등이다. 뱅카우는 아직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제로 이들 업체 상품에 증권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자체 판단과 실제 법 해석은 다를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과 상의해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별로는 금융감독원이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각투자 업체들이 자사 상품에 증권성이 없다고 황급히 결론을 내린 까닭은 증권성이 인정되면 금융당국의 깐깐한 요구 사안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위가 제시한 투자자 보호 체계 6가지가 신생 업체나 다름없는 조각투자업체로서는 사실상 지키기 어려운 규제라는 점이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필요한 규제지만 현실성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100만명 넘는 투자자를 확보한 뮤직카우나 가이드라인 발표 전에 유명세를 타서 투자를 유치한 조각투자 기업들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태동기인 조각투자 산업에서, 그것도 신생 업체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새로운 자산에 대한 조각투자업체 탄생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예치금 위탁 기관 수배는 신생 업체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이날 이후로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새로운 조각투자 플랫폼 영업을 시작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에서 회원 수가 0명인 스타트업의 예치금을 위탁해줄 금융기관을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성을 판단하는 자본시장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법무비용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당국이 자본시장법을 적극적으로 해석·적용하겠다고 밝힌 점도 업체들로 하여금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 산업 자체가 기존에도 법적으로 회색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를 채용하거나 법무법인 자문에 적잖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며 "뮤직카우 역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각투자 산업의 순기능을 고려하면 금융당국이 규제보다는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각투자 산업이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대체투자용 자산에 대한 가격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는 만큼 자본소득 격차 축소 관점에서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청구권과 연계돼 있는 뮤직카우는 권리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증권으로 봐야 하지만 권리가 아닌 자산을 조각으로 구매하는 것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자산을 직접 구매하는 것은 규제의 영역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권리와 연계된 조각투자 플랫폼에 대해서도 당국이 나서서 예치금 관리 기관을 주선해 주거나 공공에서 예치금을 위탁 관리하는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발행과 거래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당국이 투명하고 공공성 있는 거래소 설립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