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1호 미술품 조각투자 성공 발판… 다음은 한우·보이차 등 원자재"

2024-03-14 06:00
  • 글자크기 설정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1호 구사마 야요이 '호박' 이어 2호 상품은 이우환 '다이얼로그'

1호 청약률 650% 72억 몰려… 보이차 공동구매 15% 수익률 경험

"분야별 전문사와 파트너십 맺을것… 원자재 중엔 구리 투자상품 준비"

"현재 투자계약 자산 너무 한정적… 세제 혜택 등 제도 정비 우선해야"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조각투자 생태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산 자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지금은 한정적인 자산만 갖고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는 토큰증권 발행 과정에서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세금, 제도 등에 대해 당국이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 작품 호박(Pumpkin)으로 국내 최초 미술 기반 조각투자증권 1호를 발행한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조각투자업에 대한 소회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열매컴퍼니는 추상화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이우환 화백 작품(다이얼로그·Dialogue)을 2호 증권 상품으로 내세웠다. 

연이어 미술 작품 두 건을 조각투자 상품으로 내세웠지만 김 대표는 열매컴퍼니가 '미술'이라는 분야 하나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매컴퍼니는 원자재, 한우, 보이차 등을 기반으로 한 신종 증권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원자재는 대기업과 협업해 연내 증권 발행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다음은 김재욱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투자계약증권 1호 청약이 성황리에 끝났다.
"1호 청약률이 650%였다. 총 72억원이 모였는데 이 중 막판 변심 물량은 2억원에 불과했다. 증거금도 받지 않았는데 실권율이 예상한 수준에 그쳤다. 배정 가능한 물량은 11억원 정도였다. 비례 배정으로 진행하다 보니 모든 투자자의 청약을 받을 수 없었다. 최대 3000만원까지 신청했던 투자자들도 470만원어치 물량만 받을 수 있게 조정됐다. 금융당국이 큰 도움이 됐다. 투자계약증권은 신종 증권으로 처음 작성하는 것으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금융감독원이 피드백을 빠르게 준 덕분에 회사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청약 진행에 가상계좌 도입 방식을 썼다. 
"그렇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신종 증권을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증권사 계좌 대신 가상계좌를 도입했다. 가상계좌는 일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 계좌로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한다. 증권사 계좌 가입보다 진입장벽도 낮아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서 피드백을 받았는데 여타 청약 상품보다 월등하게 편리했다는 응답이 상당수였다. 청약 방식부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거래소가 신종 증권 장내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히며 전자증권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계약증권은 실소유자가 기초자산에 대한 화체(化體·무형의 권리를 유형 증권으로 표시)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투자계약증권 소유권이 화체가 돼야 전자증권화되고 거래소에 상장을 할 수 있는데 민법에 의거해 분리돼 있다 보니 미술품 신종 증권의 장내 상장은 쉽지 않다. 법무적인 검토도 정말 많이 받았지만 민법의 경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당장 뚜렷한 방법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장내 상장이 열매컴퍼니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고 투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미술 상품 만기는 기본 3년에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물론 장내 상장이 되면 좋다. 그러나 굳이 장내 상장이 안 되더라도 투자계약증권 자체만으로도 상품성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2호 투자계약증권 상품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 
"이우환 화백의 '다이얼로그'를 2호로 준비했다. 작품 매입 비용은 11억5500만원이다. 발행 제비용(7500만원)까지 합해 12억3000만원 규모로 진행된다. 사이즈는 이전보다 훨씬 큰 300호로 초대형 작품이다. 원래는 이우환 화백의 다른 그림들을 함께 모아 '패키지 발행'으로 하려고 했다. 같은 작가의 여러 미술품을 묶어 하나의 증권 신고서로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한 작가가 그린 화풍이 같은 그림을 모으기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비용적 부담이 컸다. 대신 발행 주기를 보다 짧게 해 빠르게 발행하는 형태로 갈 예정이다. 이우환 화백 다음으로 3호는 구사마 야요이 작가의 작품으로 한 번 더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법인 설립 소식이 들린다. 
"그렇다. 사내 변호사가 미국에서 조각투자 비즈니스에 대한 가능성이 있는지, 유사한 업체는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등 여러 부분을 검토하기 위해 장기간 출장을 다녀왔다. 당장 미국 법인 설립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미국 국적을 가진 투자자를 열매컴퍼니 플랫폼으로 끌어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어떻게 만들어야 미국인이 우리 플랫폼에 들어와 투자를 할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열매컴퍼니가 제도권에 들어오기 전 공동구매 형태로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았다. 지금은 증권으로 발행하다 보니 외국인은 제한이 걸려 있다. 신원을 전부 다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국내 작가들을 많이 소개할 계획이다. 이를 시작으로 원자재, 한우 등 기초자산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BTS의 RM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고故 윤형근 화백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가 BTS RM이 좋아하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고(故) 윤형근 화백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종합 조각투자회사를 지향하나.
"이전 열매컴퍼니가 증권성 판단을 받기 전에 보이차를 공동구매해 판매한 적이 있다. 당시 5200만원어치를 공동구매로 진행했는데 20초 만에 마감됐다. 3개월 후 15% 수익률을 보고 매각했다. 보이차 전문 회사를 파트너로 해 그들이 풋옵션을 받아줬기 때문에 일정 수익률 이상은 무조건 확보해 놓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 경험을 살려 각 분야별 전문 회사를 파트너로 맺어 같이 증권을 발행하고 싶다." 

-원자재 중에서는 어떤 품목을 고려 중인가. 
"구리를 생각하고 있다. 대기업과 진행하는데, 원자재 분야 최고이자 최대 전문 회사와 협업할 예정이다. 원자재는 어떻게 보면 일반 대중이 투자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가격 등락이 심하고, 경기를 많이 타서 어떻게 흘러갈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기업과 진행한다면 일정 부분 수익률 방어는 가능하다. 구리 외에도 철과 같은 다른 자산도 검토 중이다."  

-상장 소식이 들린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올해 연결회계(IFRS) 컨버전을 마친 뒤 지정감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시기는 특정하기 어렵다. 사업 재개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적이 기존보다 3분의 1로 줄었다. 우선 실적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각투자 업체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다. 
"뮤직카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받았다. 벤처캐피털(VC)에서 미술 품목으로만 260억원가량을 받았다. 다음 라운드부터는 자산 확대 측면에서 펀딩을 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1호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보여줬고, 신종 증권 발행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는 다른 자산으로까지 확대해서 증권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향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오면 해당 기초자산들을 토큰화해서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큰증권 시대가 열리면 어차피 모든 상품이 토큰증권으로 전환돼 장내 상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당장 장내 상장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기초자산을 확대해 투자계약증권이 토큰증권의 시초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

-조각투자 산업 발전을 위해 정책적 제언을 한다면.
"자산 자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너무 한정적인 자산으로만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되고 있다. 한정적인 자원으로는 토큰증권 발행 과정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세제 혜택 등 제도적인 부분이 빨리 정비가 돼야 한다. 그래야 산업 자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재욱 대표

現 열매컴퍼니 대표이사(2016년 설립)
現 추계예술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前 간송미술관 운영팀장
前 EMP 벨스타 사모투자전문회사 펀드매니저
前 KPMG 삼성회계법인 대체투자자문 애널리스트 및 회계사

학력: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석사 수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