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폐지론 촉발] ①尹정부 출범 동시 금융위 폐지론…'무용' 압박에 法개정은 '험로'

  • 글자크기 설정

국민의힘 중심 금융정책-감독기능 '분리' 주장

강민국 의원 "최근 횡령등 잇단 금융사고 책임"

현 총리 소속 금융위…장관급 직제개편 外 난제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대한민국 금융사(史)를 뒤흔든 초유의 대규모 시중은행 횡령 사건이 정부 직제 금융위원회 무용(無用)론의 기폭제가 됐다. 이번 횡령뿐만 아니라 금융위가 출범한지 14년 동안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최고 금융정책·관리 기구로서 제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위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금융위 설치와 운영 등에 관한 현행법 개정부터 정부조직 재편까지는 녹록지 않다는 진단도 따르고 있다. 사실상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상당수인 가운데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을 새 정부 첫 금융위원장에 누가 오를지 이목이 쏠린다.
 
◆"수명 다 한 금융위"…정책-감독기능 분리 촉구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라 집권 여당이 된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금융위 폐지론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서민금융 현실을 쫓지 못한 채 금융사고 노출 수위가 갈수록 심각해져 당국으로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이들 의원은 금융위를 겨냥해 "수명이 다 한 조직은 해체가 정답"이라고 수위를 높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지속해서 한계를 드러내는 금융위를 해체해야 한다"며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기재부)로,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에 이관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금융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금융정책국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감원)를 합쳐 출범했다. 강 의원 등은 금융위 출범 직후부터 무리한 통합과 이에 따른 무용론이 지속됐다고 설명한다.

강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의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과 윤창현 국회 가상자산특별위원장 등도 금융당국 조직 개편을 비롯한 금융위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꼽는 금융위 출범 이래 발생한 대표적인 사고는 △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사태는 물론 수조원대 대규모 투자피해 논란이 지속되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이 거론된다.

특히 10년간 묻혀있다가 지난달 처음 세간에 알려진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은 기존 금융감독체계상 도저히 금융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비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강 의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600억원대 횡령 사건은 금융위 금융감독 업무가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주는 최종 완결판"이라며 "횡령이 발생한 2012년~2018년까지 금감원은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했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현장 종합감사까지 했으나 횡령 사안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금융위는 모든 금융 관련 사항들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채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운영방식을 고수, 시장 전체의 신뢰를 잃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8년째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KDB생명보험 매각과 관련해 강 의원은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를 현재까지 1년 가까이 결론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금융위 무능함을 대변하는 사례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대출 문턱을 여전히 높게 잡고 있는 시중은행들에 대한 규제가 미흡한 상태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 따라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기본 원칙에는 공감하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갖는 공공성을 고려한다면 적정 수준의 대출 관련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견해다.

강 의원은 "천문학적 수준의 예대금리차로 벌어들이는 시중은행 수익을 보고서도 금융위는 금리 결정에 대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며 수년째 수수방관해 왔다"며 "예대금리차로 지난 4년간 168조원이라는 수익을 올렸다는 것은 결국 은행이 국민들의 빚으로 자신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금융당국 체계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까지도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 폐지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작년 10월 금융위 대상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캡처/자료사진]

◆여小야大 속 법개정 험난…정부 직제 개편도 난제

이처럼 금융위를 향한 부실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쓴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폐지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현행법 개정이 여소야대 형국에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금융위원회법)상 금융위 지위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법은 또 금융위 위원을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는 금융 전문가 2명,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하는 경제계대표 1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할 것을 표기한다.

금융위원장이 중앙정부 장관급 지위를 갖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짜여진 상황에서 만약 폐지가 추진된다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조직 구성까지 수반될 행정력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강 의원 구상대로 금융감독 기능을 현 금감원에 전면 위임해 전문성을 높인다 해도 정부 기관이 아닌 금감원을 공식 기관으로 편입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금감원이 금융위 통제를 받지만 금감원은 엄연히 무자본(無資本) 특수법인, 즉 민간 독립기구로서의 색깔이 짙다"며 "금감원 소속 노동조합과의 의견 조율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감원을 정부 직제로 구성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창현 의원측은 이 같은 현안을 놓고 금융위 폐지 시나리오를 그린다면,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 바뀌면서 향후 금융감독위원장이 현재의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감독위원장이 국무위원으로 배석할 경우 자연스럽게 장관급 예우를 받을 거란 예상이다.

다만 윤 의원측은 "다음달 바로 지방선거가 있고, 이에 따른 여론 동향 파악과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 그의 청사진 등 고민해봐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면서 "이런 복합적인 것들을 모두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 입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고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일하는 방식을 바꾼는 것이 선행돼야 하고 그 다음에 조직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본다"며 "시스템화, 분업화, 전문성화, 내부 혁신 등을 조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