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동향] 국제유가 내림세에도 여전히 높은 경유가격···주유소 기름값도 상승으로 전환

2022-05-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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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넷째 주(4월 25~28일) 국제유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지역 확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회복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하락했다. 석유제품 가격 역시 국제유가와 연동해 내림세지만 경유 등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4주 연속 내림세에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란-사우디 관계 회복 가능성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넷째 주 두바이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5.42달러 내린 배럴당 101.2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3.38달러 내린 배럴당 105.16달러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주 대비 1.97달러 내린 배럴당 101.91달러로 집계됐다.
 
지정학적 측면을 보면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회복을 위한 회담 진행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독일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조치 찬성 가능성은 하락폭을 제한했다.
 
지난 4월 21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5차 회담이 이라크에서 진행됐으며, 긍정적이고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요 산유국 간의 갈등은 석유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제유가 상승요인이 된다. 이 같은 지정학적 위험요소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번 상황에서는 국제유가를 낮추는 요인이 된 셈이다.
 
독일에서 전해진 소식은 하락폭을 제한했는데, 독일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석유의 점진적 수입 금지를 시행할 경우 이를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르면 5월 초부터 EU가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EU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조치가 현실화되기 전인 현 상황에서도 경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섰는데, 실질적인 제재가 시작된다면 국제유가는 물론 EU에서 수요가 많은 경유가격은 지금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올해 러시아 석유생산이 전년과 비교해 약 17%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지난해 석유 생산량은 5억2400만톤(t)으로 러시아 재무장관의 전망치를 반영한다면 올해 생산량은 4억3500만t이 된다. 이는 지난 20년 중 가장 낮은 생산량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앞두고도 오히려 강경한 입장이다. 최근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해 자국의 요구(가스 수출 대금 루블화 결제)에 응할 때까지 두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봉쇄 조치 확대
석유수급 측면에서는 중국의 봉쇄 조치 확대가 하락요인이 됐다. 세계 최대 석유제품 소비국인 중국의 지역 봉쇄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져 국제유가가 떨어진다.
 
중국은 4주째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하이시에 이어 베이징시 차오양구 지역 일부를 관리통제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중국이 이른 시일 내에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할 것이며, 2분기에는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돼 연간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석유제품 재고가 감소하면서 하락폭을 제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기준 미국 내 상업 원유재고는 전주 대비 69만 배럴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200만 배럴 증가)에는 한참을 못 미쳤다. 휘발유와 중간유분 재고는 각각 157만 배럴, 145만 배럴 감소해 2008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나치게 높은 국제유가를 낮추기 위해 미 정부와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 에너지부 장관은 전략비축유 공급과 석유·가스 생산 확대로 공급 감소분 보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언했으며, 미국 내 일부 석유회사는 생산 목표치를 상향 발표하면서 유가 잡기에 나섰다.
 
◆미 달러지수 2000년 이후 최고치
국제 금융 측면에서는 미 달러 강세가 하락요인이 됐다. 반면 중국의 경기 부양책 기대감은 하락폭을 제한했다.
 
지난 4월 28일 기준 미국 달러지수는 103.665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반면 유로화는 러시아가 일부 유럽국가에 가스 공급 중단을 발표하면서 가치가 하락 중이다.
 
국제석유 시장에서 주요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미국 달러의 가치가 높아지면 선물 이자 증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 하락의 원인이 된다.
 
달러 강세와 함께 부진한 경기지표도 유가하락 압력을 더욱 강하게 했다. 미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 속보치는 –1.4%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주요 기관들은 미국 경제의 역성장에도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을 할 것이라고 전망 중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2분기까지는 경제지표가 부진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경제지표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유럽과 아시아의 상황도 비슷한데, 독일 정부는 최근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치인 3.6%에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인해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고 주요 교역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아시아 지역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서는 석유제품 수요 증가 전망이 나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시사했으며, 리커창 총리는 방역과 물류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것을 언급하면서 방역 조치에 따른 물류 정체 해결을 주문했다. 또 시진핑 국가주석은 기반시설 건설 강화 방안을 지시했다.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도록 관리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경유 가격 여전히 강세, 주유소 휘발유도 오름세로 전환
석유제품도 국제유가와 비슷한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4월 넷째 주 아시아 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휘발유(92RON)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3.15달러 내린 배럴당 124.79달러를 기록했다. 등유는 4.87달러 내린 134.38달러로, 경유(0.001%)는 4.9달러 내린 배럴당 150.61달러로 집계됐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4월 넷째 주 휘발유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0.4원 오른 리터당 1968.2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 가격은 8.1원 오른 리터당 1907.7원이다.
 
휘발유에 적용되는 세금은 경유와 비교해 약 150원 정도 많은데, 국제 경유 가격이 높게 형성됨에 따라 국내 주유소에서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EU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 제재가 본격화되면 경유가 휘발유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최고가 지역은 서울로 휘발유 주간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3.9원 상승한 리터당 2032.2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가격 대비 63.9원 높은 수준이다. 최저가 지역은 대구로 전주 대비 0.2원 하락한 리터당 1940.7원이다. 전국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27.5원 낮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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