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산업전문매체 오프위크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의 제1호 전기차 '즈쉔 SF5'를 구매한 차주들 사이에서 불만이 팽배하다.
즈쉔 SF5는 화웨이가 중국 자동차기업 싸이리스와 함께 제조한 것으로, 지난해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돼 화웨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싸이리스가 생산한 차체에 화웨이의 전기차 시스템 '하이카'를 탑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지만 차주들 사이에선 기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충전 1회당 주행거리가 짧다, 화웨이 운영체제(OS)인 훙멍시스템으로 업데이트할 수 없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판매량도 저조하다. 중국승용차연석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SF5 누적 판매량은 8169대다. 한달에 1000대씩도 못 팔았다. 지난해 SF5 출시회에서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CEO가 내부적으로 설정했다는 연간 판매 목표량 30만대도 한참 못 미친다.
올 들어 화웨이는 SF5 실패에도 또 한번 싸이리스와 손잡고 이번엔 고급 전기차 SUV 브랜드 에이토(AITO)를 만들고 M5 모델을 출시했다. 화웨이가 직접 차량 디자인, 엔지니어링, 운전자 체험, 판매까지 맡기로 했다. 가격도 최고 프리미엄 모델이 31만9800위안(약 6100만원)으로 만만치 않다. 위청둥 CEO는 "테슬라를 뒤엎고 BBA(벤츠, BMW, 아우디)가 점령한 30만~50만대의 고급 자동차 시장을 잡아먹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M5 첫달 판매량도 실망스럽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 고작 3045대 팔리며, 중국 전기차 SUV 판매량 순위 12위에 그쳤다.
시장은 화웨이의 전기차 사업 시도가 당분간 성공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화웨이와 손잡은 싸이리스 기업 자체가 '듣보잡' 기업인데다가, 전기차 제품에 포함된 화웨이 기술 함량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싸이러스가 단지 화웨이의 후광을 빌어 유명세를 떨치려고 화웨이와 손잡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화웨이 브랜드 충성도 고객들도 자동차 구매는 쉽지 않다. 화웨이 휴대폰 주고객층은 월소득 5000~2만 위안의 고급 비즈니스맨이다. 구매력이 크고 브랜드 입맛도 까다롭다. 화웨이 자동차가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엔 힘들다는 지적이다.
화웨이 매장에서도 아직 자동차를 팔 준비가 안됐다고 매체는 꼬집었다.
사실 화웨이는 지난해 즈쉔 SF5를 공개할 당시 지난해 7월 말까지 자사의 200개 오프라인 체험매장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연말까지 차량 판매 매장 수를 1000개로 늘린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까지 화웨이 체험매장에서 차량 시승 서비스를 제공한 곳은 달랑 138곳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닝샤, 시짱, 구이저우, 광시 등 비교적 경제 발전이 더딘 지역에 몰려있다.
화웨이 매장의 한 관계자는 오프위크를 통해 "휴대폰 사업이 심각하게 위축돼 다른 것도 잘 안 팔리는 상황"이라면서 "매장을 개조하든 영업 트레이닝을 받든지 간에 현재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자동차를 팔 준비가 안됐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화웨이가 전기차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휴대폰 사업을 대체하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화웨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6% 감소한 6368억 위안(약 121조원)을 기록하면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