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수완박이 검찰 권력을 견제해서 형사사법 체계를 선진화하는 개혁안이라고 주장한다.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기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사·기소 분리가 세계적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유럽평의회 산하 ‘사법의 효율성을 위한 유럽위원회(CJPEJ)’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헌법과 법률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27개국, 77%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검사의 수사권을 법에 정해 놓지 않은 나라는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이스라엘, 슬로베니아, 핀란드 등 8개국이다.
프랑스나 독일 검찰은 수사권 행사 방식이 우리 검찰과 다르긴 하다. 검찰에 상시적인 수사 인력을 두는 게 아니라 필요시 경찰을 파견받아 임시 수사팀을 구성하거나 사법 경찰을 지휘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한다.
검사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8개국 중 5개국이 과거 영연방 국가(아일랜드는 1949년 영연방에서 탙퇴)였거나 현재 영연방 국가다. 영연방 국가들이 검사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사인(私人)소추주의를 채택해 왔다. 사인소추주의란 범죄 피해자가 범죄자를 직접 법원에 기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마치 민사소송에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영국은 1986년에야 검찰 제도를 도입했다. 사인소추주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국가기소청이라는 기관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영국 검찰은 수사권은 없고 기소권만 갖는 기구가 됐다. 수사는 경찰이 한다. 다른 영연방 국가들도 영국을 모방해 검찰은 수사권이 없고 기소권만 갖게 됐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영국 검찰 제도는 세계 보편적 제도라기보다 영국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예외적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