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대명에너지가 증시 입성에 재도전한다. 구주매출 규모와 희망 공모가 범위 등 공모 내용을 변경해 상장 가능성은 이전보다 크게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 지위나 사업 내용을 따져 보면 여전히 성장성에 의문이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명에너지는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다음달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 규모는 첫 상장 도전 당시 제시했던 450만주보다 크게 줄어든 250만주다. 공모가 희망범위 역시 2만5000~2만9000원에서 1만5000~1만8000원으로 상단 기준 약 37% 가량 낮췄다.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5168억원에서 3060억원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앞서 대명에너지는 지난 2월 수요예측 진행 후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첫 수요예측에서 대명에너지는 이례적으로 낮은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물량 450만주 가운데 173만주(38.44%)에 달하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 상대적으로 높은 공모가 범위 등이 수요예측 참패 요인으로 꼽혔다.
평가 방식이 바뀌며 현재 기업가치는 과거보다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악시오나 에너지(27.8배)와 트랜스알타(36.2배) 등 높은 PER 배수를 가진 해외 기업들도 여전히 비교 기업에 포함되어 있지만, 새롭게 선정된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비교 기업에 들어간 SK디앤디(5.11배), 동국S&C(19.60배) 등은 해외 기업들보다 현저히 낮은 PER 배수를 갖고 있다. 현재 증권신고서 기준 평가 시가총액은 약 5266억원, 주당 평가가액은 3만888원이다. 여기에 할인율 역시 22.97~33.59%에서 41.72~51.44%로 높이며 공모가도 더욱 낮아졌다.
현재 발행사와 주관사 측은 지난 2월 수요예측에서 관심을 보인 기관 위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이다. 몸값이 대폭 낮아지며 과거보다 상장 가능성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명에너지의 사업 내용이나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수요예측이나 청약에서 눈에 띄는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비교군인 해외 기업들은 직접 발전소를 소유하고 전력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대형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다. 아직까지 단순 건설과 운영에 머물고 있는 대명에너지와 비교하면 매출이나 순이익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현재 대명에너지의 시장 지위 역시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6.91%의 점유율로 국내 민간 풍력발전 사업자 중 1위 위치인 것은 맞지만, 여타 업체들도 5~6%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공모구조 변경과 함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이 바뀌며 지난 2월 대비 투자 매력이 올라갔기 때문에 공모가 하단 수준에서 증시에 입성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명에너지의 사업 내용을 보면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사업자라기 보다는 시공, 운영에 치중된 건설업 측면도 크고, 그 관점에서 보면 현재 밸류에이션도 비싼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