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은해 사건' 보험사기 범죄 미리 막을 수 있을까...근본적 시스템 구축 必

2022-04-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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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살인' 피의자 이은해(왼쪽)와 공범 조현수. [사진=연합뉴스]

‘이은해 사건’ 이후 보험 사기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험사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 보험범죄특수조사팀)의 역할과 더불어 근본적인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은해(31)는 혼인 신고 5개월 뒤인 지난 2017년 남편 A씨(사망 당시 39) 명의로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상품 등 생명보험 4개와 손해보험 2개에 가입했다. 이씨는 자신을 보험금 수령자로 지정한 뒤 매달 최소 7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남편 사망 시 이은해가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은 총 8억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 2017년 경기도 가평 계곡에서 사망한 남편 A씨 사건을 단순변사 사고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씨는 남편 사망으로 보험금 8억원을 수령하려 했지만 보험사의 거부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시 이씨를 가장 먼저 의심했던 사람은 A 보험사 SIU에서 일했던 김홍씨다. 김씨는 “생명보험 계약기간을 만 55세로 짧게 잡은 점, 보험에 가입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점, 보험 여러 건의 수익자가 모두 ‘이은해’라고 명시된 점이 사기꾼 유형이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보통의 경우 보험 수익자에 대해 자녀를 염두에 두고 ‘법정상속인’이라고 기재한다.
 

방송인 박수홍 [사진=박수홍 인스타그램]

보험 사기 범죄 피해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은해 사건 이후,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방송인 박수홍씨(52)와 친형 부부의 보험금 가입 문제가 있다. 앞서 박씨는 친형 부부가 30년 간 출연료를 횡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4월 횡령 혐의로 이들 부부를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고 같은 해 6월에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보험 사기 적발 인원은 9만7629명. 전년인 2020년보다 1200명가량 줄었지만 적발 금액은 9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0억원이 늘었다. 당국이 보험 사기 방지 체제를 강화하고 각 보험사별 감독 시스템 개발 및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범행은 날로 과감해지고 있다.

보험사마다 가입 조건이 다르지만 생명 보험료 30억원 이내(지급액 기준)에서는 고령자가 아닌 이상 가입에 큰 제한이 없다. 가입 시 피보험자 자필 서명과 소득 수준을 적기는 하지만 소득 기입은 의무사항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다. 이미 가입한 상품에 또 가입할 수 있는 ‘중복 가입’도 허용되고 있다. 소득 대비 무리한 납입을 해도 사실상 뚜렷한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 사기는 고의적 사고유발 행위뿐 아니라 허위 입원, 지병을 숨긴 채 보험 가입, 보험금 부당수취 등 그 형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기가 늘어날수록 보험금의 부당한 유출이 계속돼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일부의 사기 행태가 선량한 보험 계약자에게 손해를 유발하고 있는 것.

이러한 보험 사기 범죄가 팽배해지면서 보험사들 또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현재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보험료 청구 시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SIU을 동원해 조사를 진행한다.
 
SIU 직원들은 간단한 조회를 통해 관련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사고 장소와 주소지 구분에 따라 사고 건수, 적발 건을 파악하고 보험 사기 유의 조건을 설정하면 보험 사기 예상 혐의자의 사고 이력과 적발 이력, 형 확정 이력 정보를 볼 수 있다.
 
SIU는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며 사건 추적의 단서를 제공한다. 보험 사기를 가로막는 역할을 수행해 긍정적인 평이 많지만 보험사의 사후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보험 업계엔 경찰 출신 SIU 요원이 약 300명 활동하며 보험 사기를 잡아내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기법에는 한계가 있다.
 
보험사들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보험 사기에 대응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고객·상품·채널(CPC) 부문 직속으로 보험사기조사부(SIU)를 운영하고 있다. SIU 총 인원 40명 가운데 30명 정도가 경찰과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한화생명도 총원 40명 규모의 SIU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 사기 기획 조사 실시 △적발 강화 △불법 허위·과잉 진료 병원 대응 △보험 사기 방지·예방 활동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건보공단, 생·손보협회 등과 긴밀하게 협조한다. 한화생명 SIU팀은 최근 2017년부터 최근 5년 간 약 550억원 규모의 보험 사기를 적발하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1996년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SIU팀을 꾸렸으며 규모는 전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 등 50여명이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 보험 사기 의심 혐의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모럴 징후 분석 시스템(IFDS)’도 구축했다.
 
보험사들은 보험 사기 수법이 나날이 진화되면서 일방적으로 가입을 제한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해 사건’ 같은 특정 사건 때문에 보험료 지급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보험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별로 빅데이터를 정제·분석하고 머신러닝(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한편, 보험 사기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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