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본격적인 금리인하기를 앞두고 가계대출이 둔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70조8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616억원)보다 2조1772억원 늘었다. 월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던 8월(+8조9115억원)보다 증가세는 둔화한 모습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9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8월보다는 둔화하겠지만 당분간 지금과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담대는 계약일로부터 2~3개월 시차를 두고 집행되기 때문에 서울 주택 거래 정점이 7~8월이라고 하더라도 관련 대출 증가세는 10∼1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을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 5대 은행의 13일 기준 주담대 고정형(혼합형·주기형) 금리는 연 3.63~6.03%로 이달 초(연 3.73~6.13%)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은행권의 가산금리 상향 조정 움직임이 멈추고 시장금리가 떨어진 것이 주담대 금리에 반영된 영향이다.
주담대 금리는 지금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주담대를 비롯한 변동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하며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19일 발표되는 수치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담대와 전세대출 변동형 상품의 금리를 20일부터 낮추게 된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9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당분간 이같은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아 상황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 거래량이 7월 말∼8월 초를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라 일단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 가격 상승 기대, 이사철 수요, 정책금리 인하 전망이 가계대출 관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불안이 이어지겠지만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와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