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남용으로 발생하는 소액주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스톡옵션 발행 시 일정기간 처분을 제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장에 대규모 물량이 한번에 풀리는 '오버행'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적분할에 대해서도 주식매수청구권과 신주인수권 등을 도입해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이하 자본연) 연구위원은 19일 열린 '주식시장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과제: 물적분할과 스톡옵션을 중심으로'라는 정책세미나에서 "일시 효력 발생 스톡옵션이 대다수인 국내와 달리 미국은 분할 행사가 가능한 스톡옵션 비중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 전 부여받은 스톡옵션을 상장 3주 만에 행사해 2주 뒤 전량 매각했다. 행사와 매도에 위법적 요소는 없었지만 경영진의 신중하지 못한 판단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며 "스톡옵션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활력 고취를 위해 도입된 수단이지만 카카오페이는 본래 취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부여 방식은 일시효력발생(cliff)이 부여 건수 기준 90.3%로 압도적이었다. 부여받은 임직원으로서도 부여 2~3년 내에 스톡옵션을 일시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임직원들도 스톡옵션으로 받은 물량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직원 중 약 70%는 행사 가능 기간이 도래한 후 1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 매도 시점은 55.8%가 행사 3개월 이내, 72%가 6개월 이내였다.
김 연구위원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등 주요 임원은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소유하도록 하는 '주식소유요건'이나 스톡옵션 행사 이후 처분을 제한하는 '보유 요건'을 설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다만 이때 행사 후 세금 납부를 위해 필요한 주식 매도는 보유 요건에서 제외하거나 스톡옵션 행사자에 대한 세제 혜택 제공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도 "신성장 사업부의 물적분할 반복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로 인식되면서 주가 하락을 불러왔고 핵심 경영진이 행사한 스톡옵션 대량매도도 투자자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였다"며 "지난 대선 때 유력 후보들이 앞다퉈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물적분할과 스톡옵션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물적분할 시 자회사 기업공개 계획을 적시하고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도입하는 등 반대주주에 대한 이해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남길남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모자기업 동시 상장은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하락 요인"이라며 "동시 상장 자회사가 신규 상장 기업 중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그룹을 구성하면서 신규 상장시장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면서 기존 상장시장의 질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자본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동시 상장 모회사의 기업가치 비율은 자회사 대비 57%에 그쳤다. 물적분할 모회사도 자회사 기업가치 대비 55%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코스피시장에서는 자회사 상장 이후 모회사 기업가치가 유의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업분할은 인적분할이 원칙이다. 물적분할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때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인정된다"며 "국내에서도 지배주주 사익추구의 도구로 물적분할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어 "물적분할로 인한 주주 간 이해충돌 발생 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식매수청구권이 반대주주에 대한 이해조정 방안이 될 수 있다. 분할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 주식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권도 존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