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 검사장을 윤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 검사장은 이날 오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지명 사실 등에 대한 기자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곧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윤 당선인은 "한동훈 후보자는 20여년간 법무부와 검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수사와 재판, 검찰 제도 법무행정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앞으로 법무행정의 현대화,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시스템을 정립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한 후보자를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내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파격인사가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 당선인은 "절대 파격인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라며 "(한 후보자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보유하고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갖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의 현대화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나가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권 박탈은 이 나라의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라며 "공론의 장에서의 이런 식의 만장일치 반대가 있었는가. 민변과 참여연대도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왜 재심 전문 변호사,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 등이 반대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며 "이런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수차례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다.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았던 2017~2019년에는 3차장 검사를, 검찰총장이 된 2019년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자리하며 윤 당선인의 신임을 증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자리를 비웠을 때 한 검사장만은 따로 만나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꼽힌다. 그는 초임 검사시절인 2003년 'SK 주식 부당거래 사건'이라는 대형 사건을 맡아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시켰다. 이후로도 대형사건만 담당하면서 특수통 검사로 입지를 다졌다. 또 △한나라당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 △현대차 비자금 부당거래 사건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주로 처리했다.
이후 2016년 한 검사장은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 당선인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부터 세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특활비 횡령사건으로 전직 국정원장 3명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최경환 전 장관 뇌물 구속 사건, 세월호 7시간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사건 등 권력 수사를 이어왔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며 승진을 거듭하던 한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를 기점으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전보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첫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으로 전보된 한 검사장은 이후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으로 발령 났다가 곧이어 충북 진천본원으로, 그리고 지난해 6월에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좌천당했다.
검사장 출신 A 변호사는 "윤석열 당선인이 정치적 부담이 있을지라도 인사의 그립을 느슨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검찰 정상화 차원에서 '윤석열 사단'과 함께 인사의 핵심적인 부분은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