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남대문, 울진, 제주, 그리고 '미디어혁신위원회'

2022-04-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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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기고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양한 언론과 방송, 인터넷과 통신 관련 주요 단체와 업체들을 상대로 릴레이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한국방송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지역방송협의회, 인터넷기업협의회, IPTV협회, 통신사업자연합회 등 주요 단체는 물론 OTT 업체와 종편 4사 등 간담회를 가진 대상이 4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진보성향의 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까지 포함돼 있다. 더욱이 과학기술교육분과 위원들은 인수위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간담회만이 아니라 직접 현장도 찾아가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말은 아끼고 있다. “청취한 의견을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발언만 반복하고 있다. 신중한 모습이란 점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전방위로 수렴한 요구와 의견들에 대해 ‘국정과제에 반영’되는 수준의 ‘노력’ 정도만 기울이는 것으로 끝내서는 절대 안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국민통합과 미래 일자리 창출, 그리고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언론과 방송, 미디어 등이 중추적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어렵게 모은 귀한 의견과 요구사항들을 튼튼한 틀로 매조지를 잘해야 한다. 마침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시절에 이미 공약으로 내놓은 좋은 틀이 있다. 바로 ‘미디어혁신위원회’이다.
 
‘미디어혁신위원회’는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내놓은 구상이자 대국민 약속이다. 이 ‘위원회’에는 정부 공무원, 기업 전문가, 학자, 그리고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해 주요 정책 어젠다를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로 해석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러한 위원회가 필요한 근거로 다음 세 가지 현실을 제시했다. 첫째는 그간 미디어 분야의 산업적 정책기조가 불명확했고 정책개선이나 진흥 성과가 미미했다는 점. 둘째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법제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 셋째는 미디어를 언론으로 국한시켜 진흥이 아닌 규제의 대상으로만 한정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언론과 방송, 미디어 업계가 오래전부터 견지해 온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적극 환영한다. 이를 통한 적극적인 통합적 수준의 제도 개선 논의만이 미디어 산업의 켜켜이 쌓인 난맥상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시대에 맞게 미디어의 개념을 재정립하여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탄화하고, 칸막이식의 낡은 제도를 타파해야 한다. 미디어 관련 기금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여 기금을 확대-통합 운영하며, 약해져만 가는 미디어 공공성을 회복시키고 유지시키는데 든든한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미디어혁신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국정 청사진에 담아야 한다고 밝힌 5가지의 시대적 과제들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고 이를 적극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존재라 여겨진다. 즉, 안철수 위원장이 제시한 5대 과제 가운데 민주주의의 복원,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 만들기, 그리고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의 과제 등은 언론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해주고, 방송 및 콘텐츠 산업을 적극 육성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윤 당선인의 중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K콘텐츠 관련 청년 일자리 50만개의 창출’ 또한 앞서 언급한 미래 먹거리와 미래의 일자리 만들기라는 청사진 속에서 ‘미디어혁신위원회’에서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 낼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미디어혁신위원회’는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운영방식과 철학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1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후보 시절에 이른바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정운영을 정치개혁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바 있다. ‘민관합동위원회’란 학자, 현장 전문가, 관료, 정치인 등으로 구성된 민관 태스크포스(TF)를 말하며, 이는 곧 ‘미디어혁신위원회’의 구성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미디어혁신위원회’에서 윤 당선인이 천명한 또 다른 국정운영 철학인 ‘소통과 협치’가 다양한 의견들과 요구들을 조율하며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아가는 소중한 원칙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혁신위가 오는 7월 1일부터 가동을 시작해 최소한 올해 12월 31일까지 6개월의 기간 동안만이라도 가동되기를 요청한다. 언론과 방송, 그리고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종합적인 해법을 찾아내고, 이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최소한 반년 정도의 연구와 검토 및 논의 기간은 꼭 필요하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7월 1일을 혁신위의 출범일로 잡고 최소한 한 달 정도의 구성 및 준비 기간을 넣어 역산해 보면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말이나 지방선거 직후인 6월 초에는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미디어혁신위원회 발족회의’가 개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미디어혁신위원회’의 출범을 선포하게 되는 이 회의는 우리나라 언론과 방송, 인터넷과 통신 등을 대표하는 현업단체의 대표들이 전원 참석하는 윤석열 정부의 명실상부한 ‘1호 민관합동위원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인수위가 지금까지 간담회를 가진 방송협회 등 40여 단체 외에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주요 언론 현업 단체들도 ’미디어혁신위원회‘의 구성과 참가를 공식 요청한 상태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한 달여 동안 서울 남대문시장, 울진 산불현장, 서울 명동 무료급식소에 이어 보수정당 출신의 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제주 4.3항쟁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모두 대선 후보 시절 ‘다시 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행보였다. 이 신뢰의 행보가 ‘미디어혁신위원회’의 출범으로도 꼭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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