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위험자산 대신 은행으로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대출규제와 금리 인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이 맞물리면서 과거 자산시장으로 이동했던 돈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10조66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01조3421억원) 대비 9조3230억원 늘어난 것으로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이다. 요구불예금의 일종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 잔액 역시 전월 대비 4조2053억원 불어난 126조4287억원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이란 언제든지 은행에서 찾을 수 있는 초단기 예금을 의미한다.
요구불예금뿐 아니라 은행 정기적금 역시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전월(34조7992억원) 대비 3544억원(1.02%) 늘어난 35조1536억원을 기록했다. 증가폭 역시 한 달 전(2500억원)과 비교해 확대됐다. 정기예금 규모는 659조4863억원으로 전월보다 줄어들긴 했으나 작년 말(654조9359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배경으로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갈 곳 잃은 돈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과 경기 둔화 우려로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은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3000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700선에서 유지되고 있고, 비트코인 시세 역시 작년 말 6000만원에서 붕괴된 이후 5600만원 전후로 거래 중이다.
이처럼 예금과 대출금리 산정의 토대가 되는 기준금리가 적어도 내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예·적금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 부진으로 개인들의 역머니무브가 가속화되면서 가계부문의 수신잔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