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는 지난달 말 연이어 인도에 고위급 당국자들을 파견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편가르기에 나섰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과 인도 간 이루어질 긴밀한 유대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안보를 강화하고, 양국에서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가 창출되게 할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트러스 장관은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의 유대는 더 중요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인도를 방문한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겸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부당한 전쟁과, 이러한 전쟁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상대방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밝히며 인도를 끌어들이기 위한 서방 국가들의 노력을 시사했다.
러시아 역시 즉각 대응에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도에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더 많은 원유를 수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 여러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재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판로를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인도의 '중립적 태도'에 대해 칭찬하며 "인도가 편향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점에 감사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판다 연구원은 러시아에서 다량의 원유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인도가 섣불리 러시아에 반기를 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는 국가 예산을 책정할 때 유가를 배럴당 75달러에 책정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계속해서 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를 밀쳐낸다면, 국가 재정 자체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인도가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는 최소 1300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국가들, 중국-러시아 관계도 비판
서방 국가들은 인도 외에 러시아와 그간 깊은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의 태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19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언급했으며, 지난달 4일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새로운 관계는 냉전시대 당시의 정치·군사 동맹보다도 우월하다"고 천명했다. 영국 런던에 주재한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항상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가 존중되고,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이 준수되며, 합법적인 안보 문제가 진지하게 고려되고, 국제 분쟁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피하며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애매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마르코 파픽 클락타워그룹 수석전략가는 "최근 들어 이분법적 세계 질서가 재구축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 편도 아니고, 미국 편도 아님을 모든 사람에게 알리려고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