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매일 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처럼 밝히며 "(블라디미르) 푸틴이 전쟁을 선택하며 시장에 공급되는 기름이 줄었다"면서 "생산 감소는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비축유 방출 소식에 이날 유가는 크게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54달러(7%) 하락한 배럴당 10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의 경제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피클링은 비축유 방출은 석유회사들이 생산량을 늘릴 것이란 걸 의미하지 않는다며 더구나 OPEC+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사 오안다의 애널리스트인 제프리 헤일리 역시 비축유 방출이 단기적으로는 유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원유 수요가 높은 올해 여름쯤에 다다라서는 비축유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란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RBC캐피털 마켓은 바이든 행정부가 모스크바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비축유 방출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당분간 지구상에서 가장 제재를 많이 받는 국가로 남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 손실에 따른 영향은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S&P글로벌 컨설팅의 빅터 썸 부사장은 "러시아 수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 이번 조치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러시아산 원유가 4월부터 12월까지 하루 300만 배럴 정도씩 줄어든다면 이는 총 8억2500만 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비축유 방출은 6개월간 최대 1억80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드는 러시아산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DBS뱅크의 애널리스트인 수브로 사르카르는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비축량을 다시 채워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소재 ING 그로프 NV의 워런 패터슨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함께 공동으로 비축량을 방출할 경우 시장에 더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