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 외곽에서 나타난 신규 아파트 미분양, 미계약 사례는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관망세와 함께 최근 2~3년 새 급격하게 오른 집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옥석 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1월에 미분양이 발생했던 강동구 길동 '경지아리움'과 천호동 '현진리버파크', 광진구 자양동 '자양호반써밋',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구로구 오류동 '다원리치타운' 등은 대체로 소형 평형에다 가격 경쟁력이 낮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와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경우, 중소형 평형조차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9억원을 넘어서는 등 분양 전부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권 팀장은 이어 "미분양 물량 역시 준공 전에만 해소하면 되기에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볼 순 없다. 결국에는 향후 몇 개월 사이에 모두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과 집중'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소비자들이 올해 분양 대기 물량을 조금 더 기다리면서 대선 후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기에 얼마든지 지금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 상황에 대해선 대선이 끝났음에도 새 정부 출범까지 아직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과도기이기에 소비자가 청약과 매수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비강남 지역에서 소비자들이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강남과 비강남 사이의 가격 차이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해당 단지들이 중도금 대출이 원활한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됐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란 가정이다. 다만, 비강남권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전용면적 84㎡형 상당수의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서는 등 급하게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에 향후 흐름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향후 비강남권에서도 재건축 추진이 늘어난다면 시장의 반응이 이어지며 장기적으론 가격 상승세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의 경우 분양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하나의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청약 접수를 채우고도 미계약 사례가 잦아지는 것이 '서울은 무조건 완판'이라는 그간의 믿음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첫 경고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는 '서울 내 내집 마련'이라는 소비자의 심리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았기에 청약을 마무리했지만, 정작 돈을 지불해야 하는 시기인 계약기간에 이를 포기한 것"이라면서 "맹목적으로 주택을 일단 잡고 보겠다는 이전의 심리적 불안감이 다소 완화하면서 소비자가 아파트의 가격과 입지, 지불 수준을 고려할 여유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의 청약시장이 시세와 차이가 나는 낮은 분양가로 매력이 컸다는 점에서 공급자 우위 시장이었다면 향후 흐름이 소비자 우위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김 실장은 "이제는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인 관점의 주택사업 전략 재수립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면서 "시장이 좋다고 해서 주택 공급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바꿔 말하면 청약 경쟁률이 높다는 것이 언제나 분양가 상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면서 "소비자의 지불 수준과 적절한 기업의 이윤 수준을 찾아 공급하는 것이 결국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에 부합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