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부장은 지난 25일 인도를 깜짝 방문해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을 만났다. 왕 부장의 인도 방문은 지난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중국 최고위급 인사 방문이다. 앞서 2020년 6월 국경 분쟁 중인 갈완계곡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이 유혈 충돌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2년 동안 15차례 군사 접촉을 가졌지만 분쟁 지점 세 곳에서 군대를 일부 퇴각시켰을 뿐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 부장의 인도 방문과 관련해 중국과 인도 외교부의 입장이 다르다며 왕 부장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인도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지난 25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은 관계 발전을 위한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인도측에 '3가지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고 전했지만 인도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중국·인도 언론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 언론은 대부분 왕이 부장의 인도 방문 성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도 매체 더힌두는 사설을 통해 왕이 부장의 인도 방문은 해답을 찾긴 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남겼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양측이 국경 문제와 관련해 평행선을 달렸다며 왕 부장은 국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이나 해법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의 람 마다브 대표도 인디언 익스프레스를 통해 "중국은 인도가 현재의 교착 상태를 '정상'으로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다행히' 인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선 국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왕 부장의 인도 방문 성과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저우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왕이 부장이 인도에 도착한 것 자체가 그가 인도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인도 양국의 입장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선임 연구원도 "2020년 중국과 인도 간 벌어진 일을 고려하면 (왕 부장의 인도 방문 도중) 냉대가 예상됐다는 점에서 왕 부장이 뉴델리에 도착한 것 자체가 이미 중국에는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왕 부장의 인도 방문은 애초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담의 인도 참석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며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절반은 성공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28일 사설을 통해 인도는 이번 회담에서 국경 분쟁에 주목했지만, 사실상 중국은 브릭스 정상회담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며 브릭스 정상회담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참석하지 않으면 브릭스에 타격이 큰 만큼 중국은 인도와의 다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