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매트리스 시장이 가구업계 격전지로 새롭게 떠올랐다. 매트리스 시장은 에이스, 시몬스 등 침대업계 주 무대였으나 한샘,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계 ‘빅2’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코웨이와 웰스 등 렌털 가전 업체까지 뛰어들면서 매트리스 시장에 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가구 카테고리별 브랜드화를 올해 사업 목표로 내세웠다. 한샘이라는 가구 브랜드를 넘어 침대, 소파 등 각 카테고리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인 ‘포시즌’ 알리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포시즌은 ‘사계절 내내 편안한 숙면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2019년에 론칭됐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생활환경에 맞춰 여름과 겨울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매트리스가 특징이다. 한샘은 올해 상반기 포시즌 신제품으로 바움‧란다‧아이레 3종을 출시했으며 관련 마케팅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누스는 세계 최초로 침대 매트리스를 압축 포장한 후 상자에 담아 배송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글로벌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을 사로잡았다. 2006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유럽 등에 진출했으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그룹 내 현대리바트와 현대L&C 등 가구‧건자재‧인테리어 기업을 거느리고 있어 지누스와 사업 시너지 창출,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인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누스의 글로벌·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누스 매출 1조1238억원 중 글로벌 매출 비중은 97%, 온라인 매출 비중은 80%를 차지한다.
이처럼 가구업계가 침대 매트리스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은 슬리포노믹스(숙면 경제) 시장 성장세와 연관이 높다. 국내 매트리스 시장은 2018년 1조원에서 지난해 1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잘 자기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 같은 성장세에 맞춰 수면시장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중저가 위주인 지누스 사업 모델을 중고가 시장으로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기반의 수면시장 진출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슬립테크(수면기술) 전문 기업에 대한 추가 인수나 협업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가구업체뿐 아니라 렌털 업체들도 매트리스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2011년 이 시장에 진출한 코웨이는 지난해 매트리스 부문 매출액 22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3위 자리를 꿰찼다. 올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IT 박람회 CES 2022를 통해 선보인 혁신적인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케어 에어매트리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교원그룹이 운영하는 가전 브랜드 웰스도 최근 ‘수면케어 솔루션’을 적용한 매트리스 2종과 프레임 2종을 출시했다. 수면케어 솔루션은 매트리스에 사물인터넷(IoT) 수면기어 센서를 장착해 수면 습관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는 기능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매트리스 기술력이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전통 업체들이 주력해온 스프링, 메모리폼 기술을 넘어 글로벌 트렌드인 슬립테크로 무장한 후발 주자들이 시장 재편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에이스, 시몬스 등 매트리스 업계 양대 산맥의 기세를 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451억원으로 침대업계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시몬스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양사의 2020년 매출 격차가 180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시몬스가 에이스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역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구업체들이 침대 매트리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데다 렌털 업체들도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시장은 에이스, 시몬스 등 기존 강자들이 점유한 프리미엄 라인과 지누스 등 중저가 라인으로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