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집단면접을 통한 기업 로비 연구

2022-03-28 11:27
  • 글자크기 설정

서평《기업정치활동》윤홍근 서울과기대 행정학 교수 저

한국에서는 로비 하면 금품 수수의 뒷거래를 뜻하는 것이거나 공직자를 상대로 하는 영향력 행사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정치활동을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하지 않고, 가능한 한 감추려 든 경향이 있다. 또한 로비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들이나 로비 접촉의 대상인 정부 공직자들은 자신들이 로비의 당사자라는 점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로비 활동을 직접 행하거나, 기업 고객의 의뢰를 받아 로비 활동을 대행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로비스트로 불리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정경유착의 부정적 폐해가 반복적으로 누적된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는 ‘기업정치활동’이 다소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국에서 기업정치활동에 관한 관심과 연구는 정경유착에서 비롯된 부패 스캔들이 터져나와 이슈의 현저성이 두드러질 때 한하여 일시적으로, 그리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의 연구가 아무리 학술적인 작업이라 하더라도 기업 활동에 정치활동까지를 포함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기업의 부정적인 시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들이나 기업에서 현재 대관(對官) 업무를 맡고 있는 임직원들은 저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그래서 저자는 기업에서 퇴직한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익명의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정치학회 회원들이 패널을 구성해 기업의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임직원들과 집단면접을 통해 경험을 반추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공동작업을 통해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정치활동의 이면사나, 언론에 보도되었더라도 심층척으로 파헤쳐지지 않았던 사례가 드러났고 이 책의 실증적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민주정치 과정에서 기업 등 이익집단의 활동은 예외적으로만 진행되는 이벤트나 스캔들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업정치활동은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민주정치 과정의 본질적 한 부분이다. 
서구 대부분의 국가들에서와 같이 기업 등 이익집단의 정치활동은 한국에서도 상시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부패 스캔들 사건으로 표출되는 로비가 아니고,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투입 부문의 상시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정치활동 연구가 한국에서는 큰 연구 공백으로 남아 있다. 정부의 정책 현안에 대해 기업이나 업계 단체가 실제 어떠한 방식으로 결정 과정에서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경험적 연구는 거의 없는 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에서의 기업정치활동 현황을 경험적 자료 수집을 토대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기업들의 대관 활동이 경쟁우위 확보보다는 기업의 입장과 형편을 공직자들에게 알리려는 정보전략적 동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정부 공직자 역시 기업들의 대관활동 통로를 통해 정책결정의 현장성과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데만 3년이 걸렸지만 30여 년 동안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30여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에 걸친 연구의 산물이다. 저자는 기업 로비가 지금처럼 커튼 뒤의 은밀한 거래로 진행되도록 방치해 두어서는 안 되며, 누가 누구를 상대로 무엇에 대해 로비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로비활동 공개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논설고문·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