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트래블룰' 시행…입출금 정책 제각각에 투자자 혼란 커질 듯

2022-03-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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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 사업자가 고객 송·수신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트래블룰' 제도가 25일부터 시행되지만 입출금 정책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간 기술방식이 아직 연동되지 않고 있고, 해외 솔루션 연동 대안이 없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5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가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다른 사업자로 이전할 때 송·수신인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트래블룰은 작년 3월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도입된 것으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한 자금 추적 규제다. 

그동안 업계는 정보제공시스템(트래블룰 솔루션) 구축작업을 진행해왔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이런 규제가 이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보편화됐는데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가상화폐 업계에도 적용하게 된 것이다. 

트래블룰 적용 대상은 가상자산사업자가 표시하는 가상자산의 가액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100만원 이상인 경우이다. 이때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 가상자산 주소 등을 이전받는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장 또는 이전받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요청하는 경우 요청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할 의무가 생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트래블룰 의무에 따라 수집된 송·수신인의 정보를 거래관계가 종료한 때부터 5년간 보존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트래블룰 의무를 위반할 경우 검사·감독 결과에 따라 사업자에 대한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등 조치 및 임직원 징계 조치 요구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각사]

하지만 국내외 간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이 되지 않아 투자자들은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빅4'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은 현재 트래블룰 이행 시점에 맞춰 준비 중이던 각사의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이 지연 중이며 오는 4월 24일에나 연동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비트는 두나무 자회사 람다256이 개발한 '베리파이파스프(VerifyVASP·VV)'를, 빗썸·코인원·코빗은 공동 개발한 '코드(CODE)'를 트래블룰 시스템으로 각각 이용하고 있는데 연동되지 않은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래소 간 가상화폐 송금은 제한된다.

람다256과 코드는 당초 트래블룰 시행일에 맞춰 연동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내 일부 거래소에 대한 입출금을 자체적으로 일단 허용하고, 연동작업이 끝나는 대로 트래블룰을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투자자들은 연동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달 24일까지는 업비트에서 빗썸으로 100만원이 넘는 가상화폐를 보낼 수 없게 된다. VV를 사용하는 거래소와 그렇지 않은 거래소 간 입출금이 당분간 제한되는 것이다. 개인 외부 지갑으로 가상화폐를 보낸 뒤 이를 거래소로 보내는 우회적인 방법이 있긴 하나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수수료를 두 배로 부담해야 한다.

일단 VV를 사용하는 거래소끼리는 25일 이후에도 문제없이 가상화폐를 보낼 수 있다. VV 시스템과 연동 완료된 거래소는 업비트, 텐앤텐, 프라뱅, 비블록, 플랫타익스체인지, 고팍스, 에이프로빗, 캐셔레스트, 포블게이트, 프로비트 등 10곳이다. CODE와 시스템 연동을 준비하고 있는 거래소는 빗썸, 코빗, 코인원, 한빗코, 비트프론트, 코인엔코인, 와우팍스 등 7곳으로, 거래소별 준비상황에 맞춰 트래블룰을 이행할 예정이다. 코빗의 경우 코인원으로는 이날 오후 6시부터, 빗썸으로는 내달 8일부터 송금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서 회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의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은 더 큰 문제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와 달리 트래블룰이 의무화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이행 준비가 안 된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업계와의 협의를 거쳐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로 가상자산을 이전할 때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해 이전하도록 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이외 트래블 룰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특금법에 명시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와 코인원, 코빗은 100만원 이하 가상자산을 출금할 때 트래블 룰을 적용하지 않지만 빗썸은 모든 금액에 적용한다. 트래블 룰을 적용할 해외 거래소를 평가하는 기준도 제각각이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가상자산 지갑인 메타마스크에 대해 업비트와 코빗은 송금을 허용하지만 빗썸과 코인원은 아직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향후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검사 시 트래블룰 이행 및 정착 과정을 면밀히 살피겠다"며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행위에 엄중히 대처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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