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백악관에 동유럽에 미군을 추가로 주둔하는 방안에 대한 여러 선택지를 제공했다고 CNN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밝혔다. CNN은 전력 태세 변경 사항에 대해 아직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동맹국들과의 대화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미국 국방부 당국자 역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더 많은 미군을 동유럽으로 보내거나, 유럽 내 다른 지역에 있는 미군을 동유럽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ABC는 미국 국방부 당국자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4일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는 나토 정상회의 등에서 동유럽 내 전력 배치 태세 등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발표는 회의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정상회의,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한 뒤 25일에는 폴란드를 방문한다.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가 계속해서 공세를 퍼붓고 있음에도 전쟁에서 뚜렷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극단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일부 반영된 것으로 전망된다.
나토는 23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 달 간 러시아 군인 7000∼1만5000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사망자를 포함한 러시아 측 사상자는 3만∼4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나토 관리는 러시아가 전체 장비의 10%를 잃었다며, 작전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 내 고위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의 사상자 추정치는 이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국방부가 러시아가 입은 손실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러시아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에서 498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힌 이후 사상자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낮은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울리히 쿤 핵 전문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조금이지만 커지고 있다"며 "전쟁은 러시아에 좋게 흘러가지 않고 있으며, 서방의 압력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국가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2일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은 철저히 사전에 설정된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며 "러시아 '국가안보개념'은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