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배경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세청이 지난달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 혐의를 포착하고 대대적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시기가 인텔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시점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2일 “국제거래를 이용해 재산을 불리면서 세금은 내지 않은 자산가와 국내에서 사업장을 은폐하고 탈세한 다국적 기업 등에 대해 성실신고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며 “반도체 등 호황 산업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세금을 내지 않는 연락사무소로 위장하거나 국내 고정사업장을 지능적으로 은폐하고 탈세한 법인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세청은 이들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이유로 “국내 자회사에 임원을 파견하여 실질적으로 국내 사업을 지배·통제(고정사업장 해당)하고 있으면서 자회사와 형식적 계약을 통해 자회사가 단순 업무 지원 용역만 제공하는 것처럼 위장해 고정사업장을 은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실제 국내에 상당한 규모의 반도체 장비 등을 공급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직접 판매 매출에 대한 세금은 한 푼도 납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인텔코리아는 2020년 한 해 동안 매출 700억원을 벌어들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148억원, 법인세 납부액은 61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액 미국 인텔 본사에서 받는 판매지원 서비스나 용역수수료에 대한 매출과 법인세로, 인텔 제품을 국내에 직접 판매한 부분은 빠져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인텔 매출에 대한 세금을 한국이 아닌 본국인 미국에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외국법인의 국내 사업장이 없을 때는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국내 원천 사업소득은 거주지국에서 과세해 과세권이 없다. 하지만 국내에 외국법인의 사업장이 있으면 조세조약 체결과 관계없이 무조건 국내 원천 사업소득과 해당 국내 사업장과 관련된 다른 국내 원천소득을 신고·납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인텔코리아의 국내 매출에 대한 과세 여부와 관련해 핵심은 인텔코리아가 인텔 본사의 국내 고정사업장인지 여부에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2018년 개정된 법인세법 94조에 따르면 외국법인 명의의 계약, 외국법인이 소유한 자산의 소유권 이전 또는 소유권이나 사용권을 갖는 자산의 사용권 허락을 위한 계약, 외국법인의 용역 제공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면 국내 고정사업장에 해당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인텔코리아가 현재 인텔 본사 등과 판매지원·구매·연구개발·제조지원 등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세 전문가는 “법인세법에 따라 인텔코리아가 외국법인의 용역 제공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면 국내 고정사업장 요건에 해당될 수는 있다”면서도 “인텔코리아가 이 조항에 해당되는지는 본사와 맺은 용역 계약의 성격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 측은 인텔코리아가 인텔 제품을 국내 소비자나 기업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장비 제조 역시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텔코리아는 국내 고정사업장은 아니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비자가 인텔 제품을 구매할 때 인텔코리아가 아니라 유통업체에서 구매하는 것”이라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도 인텔코리아가 아닌 미국 본사와 계약이 이뤄지며 공장 역시 국내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