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호 지시사항인 '용산 시대' 구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용산 시대'는 7월에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로드맵은 '5월 10일 통의동 시대→이르면 7월 용산 시대'인 셈이다.
◆尹 측 "일할 기회 달라"···靑 사실상 압박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진행된 일일브리핑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면서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가 아니다. 5월 10일 0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그날부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국군통수권자이자 행정 각부를 총괄하는 자로서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기에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책임 있게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주무시는 분을 어떻게 나가라고 하겠나"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일일브리핑에서 거듭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의지를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저희는 일하고 싶다. 일할 수 있게 도와 달라. 국민의 관점에서 볼 때 정말 일 잘하는 정부, 유능한 정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용산 시대'는 7월쯤에야 열릴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통의동에서 당분간 집무하는 것인가. 서초동 자택에서 (윤 당선인이) 출근을 하게 되는 건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통근길 시민 불편을 어떻게 감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제까지 상황을 보면 통의동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한 분이라도 이게 불편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한 분 한 분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예비비도 상정 못했는데···통의동 비용도 변수
윤 당선인 측 관계자도 용산 집무실 이전 시기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시작하고 난 후가 될 것"이라며 "준용했던 원칙은 한두 달이었기 때문에 그 원칙하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장 5월 10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어렵게 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윤 당선인이 통의동 집무실 근처에 관사를 두고 머무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의동 집무실 리모델링 등 관련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보여 집무실 이전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또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는 비용을 두고도 국방부와 윤 당선인 사이에 공방이 오가 현실적인 비용 추산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이전에 쓰이는 예비비 사용도 어려워짐에 따라 통의동 집무실 사용을 위한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을 예비비로 처리하는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날 국무회의에서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