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탄 주주행동주의] 주총 목소리 높이는 국민연금... 대표소송 등 '불씨'도 여전

2022-03-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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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연금]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온 가운데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에 나서며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신한금융지주, 포스코, SK디앤디, 효성, LG화학, 한진칼, 한화시스템의 정기주총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의결했다. 

수탁위는 7개사 중 효성, LG화학, 신한금융지주, 한화시스템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수탁위는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보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신 부회장이 LG화학의 핵심사업인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을 추진하며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LG화학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수탁위는 신한금융지주 주총 안건 중 박안순 대성상사 회장,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재 전 KorEI 대표,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 등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전부 반대 결정을 내렸다.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사태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수탁위는 오는 18일 열리는 효성의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사내이사 조현준ㆍ조현상 선임 건과 관련해 각각 횡령ㆍ배임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 과도한 겸임을 이유로 모두 반대 결정했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서도 “보수금액 또는 경영 성과에 비해 과하다”며 반대하기로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7년 3839건이던 행사 건수는 2020년 4494건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증가 추세가 꺾였다. 지난해는 4235건으로 전년보다 행사 건수가 줄었고,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 역시 503건에서 484건으로 감소했다. 다만 주총 시즌 주목을 받는 대기업들의 주총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행사하는 경우가 늘었다.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의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율은 9.1%에서 10.1%로 1.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9년 도입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에서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이사가 횡령, 배임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경우 대표소송을 진행하도록 명시했다. 실제 소송 진행 사례는 없었으나 지난해 말 기금운용위원회에 주주대표소송 추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안건이 상정되며 소송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해당 개정안은 소송 결정을 기존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재계의 반발 등으로 의결이 보류된 상태다.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대주주 지배력이 강한 한국 특성을 고려하면 주주제안이 실제 영향력을 발휘하긴 어렵고, 주주대표소송 역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김규식 회장은 지난달 논평을 통해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우려가 큰 중점관리사안에 대해서도 확정판결이 없으면 사실상 주주제안까지만 가능하고 그것도 거의 2년 이상 걸린다"며 "국민들의 연금을 보호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여야 하지만 현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국민연금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의 반대표 행사가 안건 부결로 이어지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냈던 LG화학 물적분할 관련 임시주주총회에서도 해당 안건은 '찬성 82%'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 지분 6.8%(479만7025주)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다만 최대주주인 LG그룹 보유지분이 33%를 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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