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학교가 국내 대학 최초로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한 가운데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차별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성별에 따른 공간 분리가 안돼 범죄 노출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7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성공회대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이후 논란이 일고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 16일 학교 새천년관 지하 1층에 성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을 했다.
성공회대학교 측 관계자는 "변희수 전 하사를 비롯해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편견에 맞서다 쓰러져 갔다"며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모두의 화장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모두의 화장실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성공회대 관계자들은 성중립 화장실 설치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성별 구분이 없어 범죄가 걱정된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학교 교정에서 만난 신학대학원 소속 이모씨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는 화장실 이용 측면에서 부득이하게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기에 설립에 찬성한다"며 "공용화장실과 비슷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소수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IT 융합자율학부 A씨는 "실제로 화장실이 설치되고 나서 몰카 범죄가 걱정된다는 말이 나온다"며 "과거 성중립 화장실이 논의됐을 때도 이런 걱정이 나와서 학생회 차원에서 몰카 단속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생 B씨는 "1인실 사용이니까 공용화장실보다는 낫지만 범죄도 걱정된다"며 "일부 남성만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중립 화장실 설치 토론 과정에서 범죄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2017년 성중립 화장실 토론 당시 학생회 비대위원장이었던 이훈씨는 ”‘남녀가 화장실을 같이 써서 범죄가 많다면 기존 화장실에선 없거나 극소수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득했다“며 "총학, 학생회 등이 학교 내 모든 화장실에 카메라 탐지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갈린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처장은 “성중립 화장실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 주변에 화장실 때문에 불편한 사람도 있구나’라는 인식도 생기고 배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자학 다양성연구소 소장도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 성소수자나 성별이 다른 보호자를 위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화장실에 성별 구분 없으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분리가 안돼서 범죄가 발생할 기회가 늘어난다. 계획 범행을 저지르고 우연히 사고를 친 것처럼 합리화할 우려도 있다”며 “범죄 등 위급상황에 대비해 화장실 내부에 비상벨을 설치하고 화장실 외부 주변에 cctv 설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