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엥겔계수 12.86%...21년 만에 최대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엥겔계수는 12.86%로 2000년(13.29%) 이후 2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가계가 지출한 총액에서 식료품비로 지출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가계의 소비지출 중 식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1.37%, 2020년 12.85%, 2021년 12.86%를 기록했다.지난해 슈바베계수는 17.94%로 소폭 하락했다. 이 계수는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전·월세 비용이나 주택 관련 대출상환금, 세금, 보험 등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2019년 17.50%에서 2020년 18.56%로 올랐지만, 2021년에는 17.94%로 조금 내려앉았다. 지난해 슈바베계수는 2020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일수록 주거비 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빈곤층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불황 장기화에 쪼그라든 소비 심리
현대경제연구원은 엥곌지수와 슈바베계수가 증가한 원인으로 △불황 장기화 △식료품 물가 상승 △주택 가격 상승을 꼽았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황이 길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소비는 줄이고 꼭 필요한 소비만 집중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실제 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2021년에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불황 국면이 계속될 경우 미래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원은 엥겔계수 급등은 최근 식료품 물가의 상승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봤다. 식료품 생산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농수산물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 소비 비중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 수입 물가 상승률은 2019년 0.8%에서 2020년 -8.7%의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지난해에는 17.6%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수입 물가 품목 중 농수산물 수입 물가 상승률은 2020년 0.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3.5%까지 치솟았다.
통상 수입 물가 급등은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더 크게 오르면서 엥겔계수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인 반면 소비자물가 항목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5.9%에 달한다.
아울러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전·월세 비용이 오르면서 슈바베계수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이 급등하면서 주거비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주택매매가격지수 증가율은 2017년(1.3%), 2018년(2.2%), 2019년(1.4%), 2020년(3.8%)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13.5%까지 치솟았다.
연구원은 이런 주택매매시장 가격 급등이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까지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주거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전세가격지수 증가율은 2019년 –2.0%로 감소세를 기록했으나 2020년 1.7% 증가세로 전환한 뒤 지난해에는 6.5%로 크게 높아졌다. 주택월세통합가격지수 증가율도 2019년 –1.1%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0년 0.1%의 증가세로 전환한 뒤 지난해에는 2.1%에 달했다.
연구원은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을 정상화하고 정부가 나서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을 억제하고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저가 주택임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비생계형 소비인 외식·레저·문화 관련 지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비 진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