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오전 9시 10분 서초동 자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축화 통화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현충원을 참배한 뒤 지난 8개월여 동안 선거 운동을 함께했던 당직자와 지지자에게 감사를 전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윤 당선인은 오전 10시 10분부터 10여 분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취임 후 이른 시일 내에 만나자는 얘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 경호처의 차량 호위 속에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부터 오는 5월10일 공식 취임일 전까지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게 된다.
오전 10시 34분쯤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현충탑에 헌화·분향한 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이날 이 자리에는 이준석 당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 등 당 지도부가 참석했다.
오전 10시 39분 윤 당선인은 헌화문으로 향해 방명록을 작성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긴장한 듯 한 글자씩 조심스럽게 '위대한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의 나라 만들겠습니다. 2022.3.10. 윤석열'이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 및 바이든 대통령과 예정에 없던 통화로 인해 일정이 늦어져 전직 대통령 묘역은 개별적으로 참배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현충원 참배 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대강당을 찾아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했다. 현충원 참배와 다르게 빨간색 체크무늬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윤 당선인은 이날 모두 발언 전 쉰 목소리로 "목이 아직도 좀 쉬었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약 20분간 이어진 기자 질의응답 끝자락에선 기자들을 향해 웃으며 "고맙다. 앞으로 잘 도와 달라. 국민과 잘 소통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했다. 지난 2주간 이어진 공식 선거 유세 기간 내내 기자들과 질의 응답하지 않으려고 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당선 인사를 마친 윤 당선인은 낮 12시께 국민의힘 중앙당사 5층에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을 접견했다. 유 비서실장과 이 정무수석은 이날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난을 선물했다.
유 비서실장은 이날 윤 당선인을 향해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고맙다"라고 환대하며 난을 받아들고 테이블에 올려놨다.
유 비서실장은 "코로나19 시기에 당부하고 싶은 건 정부 이양기에 국정 공백 없이 잘 준비해서 차질 없이 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셨다"며 "인수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이라도 조금 중요한 상황에 있어서 도움을 받으셔야 되는 일이 있다면 말씀을 하시라. 충분히 협조를 잘해드리겠다고 말하셨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도 "이른 시일 내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접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유 비서실장과 이 정무수석은 윤 당선인의 목 상태와 건강을 걱정했다. 윤 당선인도 이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과 유 비서실장 그리고 이 정무수석은 30여 분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접견 후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 참석했다. 오후 2시 6분 국회도서관 지하 1층 대강당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김병민 선대본부 대변인, 추경호 의원,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며 감사를 전했다.
청년보좌역 두 명에게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윤 당선인은 이 대표, 김 원내대표, 권 본부장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당초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근소한 차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긴 탓에 해단식에 참석한 당직자들은 연신 "윤석열"을 연호하며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이날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오후 3시 30분 국회의장실을 찾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