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30차례, '도전' 15차례 언급한 리커창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우리나라 국회 격) 개막식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1991년 이후 약 30년래 최저치로 잡은 것이다.하지만 이는 앞서 시장이 관측한 5~5.5% 구간의 상단에 해당하는 수치로, 블룸버그가 예측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5.1%보다도 높다. 버트 호프만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 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외부의 도전을 감안했을 때 '놀랍다'"며 "이는 현재 상황에선 꽤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리 총리도 이날 정부공작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고용 안정, 민생 보호, 리스크 예방에 따른 수요를 고려함과 동시에, 최근 2년간 평균 경제성장률과 14차5개년 계획(2021~2025년) 목표치와 맞물려 설정한 것”으로 "높은 기저 숫자 위에서 중고속 성장하는 것인 만큼 힘겨운 노력을 해야지만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정부공작보고에서 '안정'을 30차례, '도전'을 15차례 언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라는 중대한 회의를 앞두고 대내외 복잡한 국제 형세 속에서 도전에 직면한 중국의 경제·사회 안정을 향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력한 통화·재정부양책 예상···국방비도 7.1% 증액
재클린 룽 BNP파리바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중국의 현재 경제 성장 모멘텀은 5.5% 이하로, 목표치 달성을 위해 더 많은 통화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오는 4월이나 5월쯤 중기대출창구(MLF) 금리를 5bp 인하하고, 하반기 금융기관 지급준비율도 50bp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류페이첸 영국 냇웨스트 수석경제학자는 "신중하면서도 좀 더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 경향을 보인다"며 중국이 올해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각각 20bp, 100bp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지난해(3.2%)보다 낮은 2.8%로 제시했지만, 강력한 재정부양책도 예상됐다. 룽 수석경제학자는 "3조~4조 위안 상당의 재정자금이 지난해에서 이전돼 올해 재정수입 보충에 사용될 수 있다"며 "재정적자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재정부양책은 여전히 강력할 것"이라 관측했다.
블룸버그 이노코믹스의 데이비드 취 중국 경제학자는 "부동산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새로운 위험으로부터 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며 "목표치는 겉으론 보수적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빠졌던 2020년보다 더 많은 재정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은 올해 국방비 예산을 전년보다 7.1% 증가한 1조4500억 위안으로 공격적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증액 폭보다 0.3%포인트 상향된 것이자, 2019년(전년 대비 7.5% 증액) 이후 3년래 가장 빠른 증가율이다.
최근 치열한 미·중 전략적 경쟁 속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대중국 견제 행보에 대응해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국방 현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