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보험사기] 수억원 보험사기 법정 형량 3년도 채 안 돼

2022-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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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보험사기 적발 늘어…조직적·설계사 참여 범죄 확산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시행했지만, 보험사기가 적발금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에 대한 법정 형량이 여전히 낮은 데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사기는 실손보험업계의 적자를 누적시켜 결국 선량한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수십억 보험사기에도 법정 형량 '솜방망이'

수십억원대 보험사기를 주도해도 실제 법정 형량은 3년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2019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한의원과 공모해 환자를 소개하고 진료기록부를 조작해 총 15억9000만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브로커 조직 대표 A씨는 최근 법원에서 징역 2년8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A씨는 '보양을 위한 영양제도 보험금 받게 해드립니다'라는 간판을 내걸고 주변 한의원에서 집중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건강 증진 목적의 보양제를 처방받도록 하고 실제 서류에는 타박상 등으로 서너 차례 통원 치료를 받았다는 내역을 기재하도록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환자 653명에게 1인당 최대 수백만원에 달하는 보양제 비용은 모두 실손의료보험금에서 지급하도록 했다.

10년간 전신마비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 2억여원을 거짓으로 타낸 모녀도 법정 형량은 3년에 불과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고소영 판사는 지난 15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70)와 정모씨(41)에게 징역 3년씩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1년부터 10년간 전신마비 증상을 꾸며내 보험사 3곳으로부터 2억1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딸 정씨가 전신마비 환자 행세를 했고, 보험설계사 경력을 가진 모친 고씨는 보험금을 청구해 타내는 역할을 맡았다.

정씨는 2007년 4월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후 척수공동증에 걸려 사지마비가 됐다며 2011년부터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2014년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혼자 목욕을 하거나 침상에 뛰어 올라가 눕는 모습 등이 발각돼 퇴원조치됐다. 남자친구와 휠체어 없이 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밝혀졌지만, 형량은 크지 않았다.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해 사고처리를 돕는 직업이면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받아챙긴 50대 역시 법정 형량은 징역 2년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 18일 신호를 위반해 직진하던 승용차를 자신의 수입차량으로 충돌해 상대 보험회사로부터 11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9년 12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같은 장소에서 교통사고로 보험금 1970만원을 받아 편취했다. 그는 피해자 차량을 충격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음에도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려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6년 10개월간 41건의 교통사고로 피해자로부터 보험금을 받았는데 이번 3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되거나 무죄를 받았다.

◆ 실손보험 사기…3년간 3만여명 적발

보험사기의 낮은 법정 형량으로 보험사기 적발액수는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까지 실손보험 사기 적발 인원은 3만735명이었다. 적발 인원은 병원·브로커 관련이 전체의 34%로 가장 많았다. 특히 2020년 실손보험 사기 적발 인원은 1만3800여명으로 전년 대비 1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사기액은 1643억원에 달했다. 2020년 실손보험 사기액은 537억원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실손보험은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를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으로, 병원·브로커가 공모하는 조직형 보험사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기로 보험사의 관련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올해 실손보험료는 평균 14%가량 올랐다.

◆ 보험영업 경쟁 격화…보험사기 내몰리는 설계사

최근 보험설계사가 급증하면서 보험사기 등 설계사의 불법행위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새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인구가 보험설계사로 유입되면서 보험영업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화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사기가 적발 제재를 부과했다.

삼성화재의 전 보험설계사는 지난 2017년 10월 입원 첫날 물리치료만 받고 다른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광주 소재 병원에서 2주간 입원치료를 받은 것처럼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다. 이 설계사는 이런 방식으로 보험사 두곳으로부터 보험금 143만원을 챙겼다.

이처럼 보험설계사의 보험사기가 급증하고 있는 데는 설계사 급증과 비대면 채널 확대로 설계사의 보험영업 경쟁이 격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생명·손해보험 설계사는 28만5499명으로 1년 전(27만7918명)보다 7000명 이상 늘었다. 2010년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던 보험설계사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6월 말 26만9213명까지 떨어졌던 보험설계사 수는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설계사 수는 늘었지만, 설계사의 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8개 생보사의 1500명 이상 설계사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1차 유행기(2020년 2월) 직후인 지난해 3월, 4월, 5월의 생명보험 전속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8%, 4.9%, 6.3% 감소했다. 대면영업 환경 악화에 따른 보험계약 체결 건수 감소가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설계사 소득이 감소한 지난해 3~5월 중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1년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3월 전속설계사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3.84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3% 급감했다. 지난해 4월과 5월 전속설계사 1인당 계약체결 건수는 각각 3.04건, 3.06건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9%, 17.8% 감소했다.

보험사의 대면 채널 비중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손보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16개 손보사의 대면채널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20조6376억3200만원을 기록했다. 비대면채널인 사이버마케팅(CM)채널의 원수보험료가 같은 기간 23.3%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원수보험료 중 대면채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분기 90%에서 올해 1분기 85.3%로 5%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법 시행 당시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보험사기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과 규제도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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