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재정과 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 확대 등으로 글로벌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 중인 가운데 기관들이 안전자산인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금 현물에 투자하는 ETF를 집중 매수 중인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들어 기관 투자자들은 KODEX 골드선물(H) ETF를 56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또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와 TIGER 금은선물(H) ETF를 각각 2326억원, 402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이 금 선물을 기초로 하는 ETF에 투자하고 있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금 현물에 투자하는 ETF를 매입 중이다. 개인들은 2월 들어 KINDEX KRX금현물 ETF를 115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의 금 현물 가격을 반영하는 KRX 금 현물지수를 추종한다. 일간 성과에 금 시세와 원화 대비 미국 달러화(USD) 환율이 함께 반영되는 환 노출형 상품이다. 투자자는 금과 달러화에 동시에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개인과 기관의 금 관련 상품 매입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긴축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2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 3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7.60달러(0.40%) 오른 온스당 1906.40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이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달 17일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며 작년 6월 2일 기록한 1907.50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 현물 가격도 강세다. 전날인 22일 KRX금 현물 가격은 1그램(g)당 7만299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를 다시 쓴 바 있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분간 금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여 금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자 유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상승은 러시아 이슈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높아진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시장 내 높아진 안전자산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면서 “금은 현재 금융시장 내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금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가 점차 안정세를 보인다면 실질 금리가 반등하면서 금 가격의 하방 압력을 자극할 것”이라며 “1분기 이후에는 금 가격도 점차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고용시장의 호황과 침체로 전환 가능성 등을 놓고 보면 현 경기 국면은 금 투자를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며 “호황 국면이 지속된다면 상대적으로 덜 오른 금 가격의 가격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고, 불황 국면을 반영한다면 상대적 안전 자산으로서 금 가격의 매력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 역시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해 금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