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셰일은 한때 혁명으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셰일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를 얻게 되면서 미국은 전 세계 최대의 원유·가스 생산국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판도는 크게 뒤바뀌었으며, 지정학적 이해관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셰일 붐 속에서 수많은 업체가 막대한 투자를 받았다. 2020년 글로벌 대유행이 발생하기 전 셰일 시추는 미국 원유 생산량의 약 60~70%를 차지해 하루 1300만 배럴에 달했다.
미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유전으로 꼽히는 페름 분지의 일부 지역에서 원유는 한때 배럴당 40달러 이하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다. 그러나 기존 원유생산 방식보다 셰일은 다소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이었다. 그 때문에 배럴당 60달러 이상이 될 경우 생산 기업들이 넉넉히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특히 2014년 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셰일 기업들도 빠른 성장을 이어갔다. 심지어 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위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는 2014년 말 원유생산을 늘리면서 유가를 끌어내려 셰일 생산업체들에 타격을 주는 등 보복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원유·가스의 과잉생산으로 가격은 하락을 시작했으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수많은 채굴 기업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한때 원유 가격은 마이너스까지 하락했다. 결국 엄청나게 많은 기업이 파산을 맞아야 했다.
그러나 원유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가까워지면서 셰일 생산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 총 400억 달러에 가까운 2021년 이익을 발표한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2022년 페름기 분지 생산을 각각 25%, 10%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혹한기를 지나왔던 만큼 신중한 모습도 보인다. 일부 업체들은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2022년 석유와 가스 생산량 증가를 5% 이하로 제한하며 생산량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국 셰일업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증산을 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신속하게 생산량을 줄인 것과 마찬가지로 2022년 원유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셰일업체들은 석유와 가스 수요 회복에 맞춰 원할 경우 신속하게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함께 수익, 주주환원, 환경 이미지 개선 등에 업종의 관심이 쏠리면서 지난 1년간 에너지 주가 급성장했다. 미국 최대 에너지 주들이 모여있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에너지 지수는 2021년 48% 상승하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뒤 2022년 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여전히 셰일 생산량의 빠른 증가를 막는 장애물도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적, 환경적으로 생산량 증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