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시중은행들이 ‘고객 중심 경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객이 비대면으로 손쉽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그들의 입장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와 관련한 금융 상품 출시, 조직 개편 등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중은행이 앞으로도 발전하려면 고객 중심 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 경영진들은 모든 제도, 프로세스를 고객 지향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공언하지만 고객의 만족을 끌어내기는 여전히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며 “경쟁자를 살피기 전에 고객의 니즈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주요 은행장들이 모든 제도와 프로세스를 고객 친화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잇따라 강조하기 시작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올해 들어 고객 친화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개인사업자, 자산관리 고객들이 비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별도의 디지털 영업부를 신설했다. 대면 채널과 동일한 수준의 종합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고객의 의견을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고객자문단 5000명을 모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 관점에서 은행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 연초에 ‘CX 트라이브’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올해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 중심’을 주요 키워드로 꺼냈다. 당시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직원들에게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불변의 원칙은 바로 고객”이라며 “은행이란 기존 틀을 깨고 ‘고객 중심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해 올 한 해 더 높이 도약하는 최고의 기회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KB국민은행 또한 올해 1월 새로 취임한 이재근 은행장이 ‘고객 중심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주요 핵심 경영방향 중 하나로 정했고, 하나은행도 오는 3월 지주사 수장이 10년 만에 교체되는 만큼 고객 친화적인 부분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금융연구원은 이외에도 시중은행들이 비금융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하고, 해외 주요 은행이 구조조정하고 있는 틈을 타 이들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도 은행권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국내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고객의 편의성이나 인프라 개선에 집중돼 추진됐으나 앞으로는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영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할 디지털 역량 강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