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리픽싱 '구멍' 여전… 금융당국, 코센에 1년만에 뒷북

2022-02-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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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감독원]


상장사의 CB(전환사채) 리픽싱이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최근 제도 개선으로 전환가액 하향만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상향 규정이 의무화됐지만, 내릴 때 너무 많이 내리는 경우를 제때에 지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모니터링이 늦어 적절한 시기에 시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뒷북··· "코센, CB 전환가액 다시 계산하라"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8일 코스닥 상장사 코센의 CB 관련 공시에 대해 무더기 정정 명령을 내렸다. 대상은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발행한 제12~18회차 CB다.  앞서 코센은 2018년 CB를 발행하면서 발행 한도와 관련한 정관 변경을 하지 않고 진행했다가 금감원의 지적을 받은 적도 있는 곳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당 CB는 처음 발행 이후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리픽싱)하면서 규정보다 너무 낮은 가격으로 정했다.

해당 CB 전환가액은 1048원(2018년·12~16회차), 988원(2019년·17회차), 500원(2020년·18회차)이었다. 이후 해당 CB는 주가 하락에 따라 그에 맞춰 전환가액을 조금씩 낮춰갔다. 전환가액 하향 한도는 최초 전환가액의 70% 수준으로 정해졌다.

이후 코센은 지난 2020년 8월에 주식 5주를 1주로 무상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이에 전환가액도 기존보다 5배씩 높아졌다.

하지만 코센 측은 같은 해 11월에 해당 CB 전환가액을 낮추면서 무상감자로 최초 한도가 5배씩 높아졌다는 점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전환가액은 최초 전환가액의 17% 수준까지 내려갔다.

12회차 CB를 예로 들면 최초 전환가액은 5240원(무상감자 반영)인데 이를 905원까지 낮췄다. 다른 CB도 비슷한 수준으로 전환가액이 과도하게 낮아졌다.

이에 금감원이 해당 전환가액 조정을 다시 규정에 맞게 하라는 정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번 결정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센은 이미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단 현재 진행 중인 기업회생을 위한 유상증자에는 정정 명령이 변수다.
 
리픽싱 규정 위반 여부 주주들이 확인해야··· "당국이 제때 조치해야"

한편 이처럼 규정을 위반한 CB 리픽싱을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제때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이번 코센에 대한 무더기 조치를 제외하면 최근 3년 동안 금감원이 정정 명령을 발동한 것은 총 5차례다. 모두 CB 전환가액의 최저한도 위반사실을 적발해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즉각적이지 못했다. 지난 2019년 5월 정정 명령을 내린 휴벡셀의 CB 리픽싱은 그보다 1년 전인 2018년 9월에 공시한 리픽싱이었다. 가장 빨랐던 것은 지난 2019년 4월에 공시된 코너스톤네트웍스의 CB 리픽싱을 같은 해 10월에 정정하라고 명령한 경우다. 이것도 반년이나 걸렸다. 코너스톤네트웍스는 지난해 상폐됐다.

결국 각 상장사의 CB 전환가액 정정공시가 규정에 맞는지 여부를 회사에서 걸러내지 못해 주주들이 그때마다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 24일 코스닥 상장사 IHQ의 제2회차 CB 전환가액을 1490원에서 1288원으로 '리픽싱'한 뒤 하루 만에 1365원으로 '수정'한 일이 있었다. 

해당 CB는 다른 IHQ의 CB 리픽싱 한도가 액면가(500원)인 것과 달리 최초 전환가액의 70%였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리픽싱이 이뤄진다는 공시가 나온 것이다.

이에 IHQ 주주들이 리픽싱 공시를 접한 뒤 곧바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해 금감원과 회사 측에 수정을 요청했다. 정정공시는 당국과 주주들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CB 리픽싱 한도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CB가 최초 발행될 당시 공시를 뒤져서 찾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보니 잘못된 리픽싱이 있더라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며 "특히 이번 코센처럼 감자 등으로 액면가나 전환가액이 달라지는 경우는 정확한 한도를 알아보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 시장에서는 리픽싱 가격 자체를 기준으로 주가가 오르내리기도 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수치가 나온다면 곧바로 이를 짚어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는 일반 주주에게 맡길 일이 아니라 당국이 해결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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