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제심서] 지역의 균형발전은 국가 책무.. .총체적 접근 필요하다

2022-02-17 17:25
  • 글자크기 설정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




 
통계청이 지난 1월 25일 발표한 ‘2021년 국내 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은 1만8903명의 순유출 인구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만4347명보다 4556명 늘어난 수치이다. 이로써 부산 인구 순유출 현상은 1989년 이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32년째 이어졌다. 부산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순유출된 규모는 1만2875명으로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울산시는 2020년 9월 ‘울산 투자, 울산 본사 노사민정 협력’의 선언을 시작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에 맞서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고 울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울산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의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5월 한국조선해양 본사를 서울로 이전한 현대중공업은 고급기술인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는 지역인재를 폄하하는 본말전도의 주장일 뿐이다.
2022년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 통과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균형발전을 위한 기본법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 법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그 사이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10년 49.2%, 2020년 50.2%로 꾸준히 상승했다. 당초 동서간 지역격차 해소로 제기되었던 균형발전 과제에는 어느덧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립구도가 중첩되거나 대체되었다.

수도권 집중과 한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사회경제적 현상이 지방 및 지방대학의 소멸이다. 정부는 최근 89개 지역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2022년에 신설되는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비롯, 2조560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사업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81조원(2006~2019)을 투입한 저출산대책이 출산율의 급락(2020년 0.84명)을 막지 못했던 것처럼 단순한 재정지원이 지방소멸을 저지할지는 회의적이다. 지방소멸에 대응하여 지자체들은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다른 지자체 주민의 주민등록을 옮겨오는 제로섬게임으로 인구유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대학들은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장학금, 기숙사 등을 제공하고,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총장이 사퇴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신입생을 채우고 재학생을 유지해도 졸업생이 모두 수도권으로 떠나버리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결국 졸업생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지역이 생활터전이 되면서 신입생도 자발적으로 모여들 것이다.

균형발전은 지역개발을 넘어서 국토의 개발 및 이용과 모든 국민의 생활수준을 전국적으로 비교적 균등하게 보장하는 전략이자 국가의 책무이다. 헌법은 이미 “국토와 자원(의)...균형있는 개발”(제120조 ②항),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제122조), “지역간의 균형있는 발전”(제123조 ②항)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만연해 있는 균형발전에 대한 무관심에서는 불균형은 물론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부의지의 부족이 묻어난다. 문재인 정부의 균형발전은 지역개발을 위한 숙원사업을 한가지씩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해 성사시키는 정도에 그쳤다. 2022년 대선에서는 ‘균형발전’ 개념조차 실종된 채 수도권 주택공급 공약을 필두로 하여 지역별 민원을 모아 공약으로 발표하는 수준이고, 그마저도 네거티브 공방에 묻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균형발전을 지향한다면 정부는 일차적으로 성장잠재력 총량을 극대화한 다음 그것을 전국에 균형 있게 배치하는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균형발전전략은 국토개발전략이면서 동시에 인구대책, 산업정책, 대외경제전략, 소득(자산)정책의 복합체이다. 한국경제는 당연히 미·중 패권 갈등의 심화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를 명분으로 내재화를 강화하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활용하여 국내 생산잠재력을 보강하는 명분과 실리를 확보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경쟁력을 지혜롭게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대내적으로는 생산잠재력을 균형발전에 부합되도록 배치해야 한다. 최근 국제적인 경합에서 중심에 있는 지렛대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산업 모두에서 경쟁력을 가진 나라이다. 최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급상승한 실질적인 이유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기여하도록 기업의 공급망 내부화를 적극 유도하고 이를 지역별로 배치하는 중개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작금의 탈세계화 국면에서 필수적인 내재화는 이제 기업이나 산업 차원이 아니라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미국을 필두로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급망 안정, 경제안보, 가치사슬의 내재화를 명분으로 균형발전을 위한 생산잠재력이 확충되고 나면 이를 기존 기업 및 산업과의 연관을 감안하면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이나 대기업을 지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것도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기업이나 산업의 분산 배치가 균형발전 효과를 강화할 수 있으려면 대기업 본사의 지역 생산거점으로의 이전이 상징적이면서 실질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기업과 산업의 지역적 재배치를 달성하려면 울산시처럼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요구가 당연히 동반되어야 한다. 이미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지방산업단지의 활성화. 수도권 입주기업의 지방 이전을 위한 지원. 지역인재 할당제 및 정부지원은 보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 미래차, 드론과 같은 새로운 산업이나 대일, 대중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필요한 산업의 육성에서는 비용절감 목표를 초월하는 균형발전의 목표가 반드시 달성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은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각인된 디지털 경쟁력과 상품경쟁력을 한류의 문화콘텐츠가 전달해주는 국가 이미지와 결합하여 ‘Made in Korea’의 브랜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에 팬데믹 극복에서 획득한 ‘안전한 나라’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통해 확보된 생산잠재력은 지역별 문화잠재력과도 결합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정책과 법률 제정을 차단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 시범적으로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공장의 지방 이전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 반도체전쟁’이 한창인 시점에 3년이 지나도록 부지매입도 완료되지 않은 사업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울러 지역균형발전을 제1원칙으로 하여 소부장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전략을 수립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공급망 안정을 확보하여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경제는 반도체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경쟁우위를 개별기업의 시장확대에 소진할 뿐 추가적인 경쟁우위 확보에는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기여하는 대가로 코로나 백신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사례처럼 유럽이나 기타 지역(나라)의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한국기업의 투자에 상응하는 외국인투자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선례를 본받아 반도체공장 설립을 지원하는 “유럽연합반도체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450억 유로를 지원하여 세계시장점유율을 10%에서 20%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분히 인텔의 유럽 투자를 의식한 입법이지만 지난해에는 “TSMC나 삼성을 유치해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도 높았다.

60년 지속된 불균형발전의 추세를 단기간에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 추세를 반전시켜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균형발전에 관한 새로운 구상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에서 출발함으로써 도출될 수 있다. 국가는 모든 국민의 생활수준의 비교적 균등한 향상을 추구해야 할 의무를 가지므로 기업의 선택을 시장논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남한 면적의 11.7%에서 GDP와 일자리의 50%가량이 창출 되는 현실에서 생산잠재력의 분산 없이 균형발전을 논하는 것은 탁상공론이거나 ‘국민 줄세우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경제적 불평등에 무관심한 것과 지역불균형을 방치하는 것, 허구적인 저출생 대응에 허송세월하는 것은 서로 결코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시장의 장기적인 안정도 결국 수도권 집중의 해소, 지역균형발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균형발전에도 총체적인 관점이 필요한 이유이다. 
 


===============================

(요약)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인구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여 2020년 50.2%에 이르렀다. 지방 및 지방대학의 소멸도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 균형발전은 지역개발을 넘어서 국토의 개발 및 이용과 모든 국민의 생활수준을 전국적으로 비교적 균등하게 보장하는 전략이자 헌법상의 국가 책무이다. 한국경제는 미·중 갈등의 심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내재화를 강화하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활용하여 국내 생산잠재력을 보강하는 한편, 이를 균형발전에 부합되도록 배치해야 한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이나 대기업을 지정하고 대기업 본사를 지역 생산거점으로 이전하면 상징적,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요구도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빨리 빨리’와 ‘안전한 나라’가 결합된 ‘Made in Korea’를 국가브랜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미래차 등 신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안보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의 경쟁우위를 유럽 등의 경쟁우위 산업과 교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균형발전에서도 총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