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운명] 소송 승리·한시적 지위 유지…헌법소원·대선 변수

2022-01-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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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유지

헌법소원 판결 시기 미정…대선 결과 눈길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전을 멈추기로 했다. 앞서 1심에서 완패해 항소했으나 승소 가능성이 낮은 데다 세금 낭비 논란도 거셌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사고 지위는 오는 2025년 2월까지만 유지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2025년 모든 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꾸기로 했다.

변수는 있다. 서울·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등 24곳은 시행령 개정이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자사고 존폐는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교육청-자사고, 지정 취소 소송전 2년 반 만에 마무리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7일 경희고·배재고·세화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와 벌이던 자사고 지정 취소 법정 분쟁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약 2년 반 동안의 갈등이 종지부를 찍었다.

이 소송은 2019년 7월 서울시교육청이 운영성과 평가점수 미달을 이유로 이들 7개 자사고와 숭문고에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 교육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제기됐다.

핵심 쟁점은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소급 적용' 위법성 여부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시 '2015~2019학년도 운영성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들은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 11월 갑자기 평가지표를 수정하고는 사전에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요 변경 사항은 △재지정 커트라인 60점→70점 상향 △감점 가능 점수 3점→12점 확대 등이다.

더불어 평가 직전 학교에 불리하게 변경된 기준으로 지난 5년을 평가하는 것은 신뢰보호에 어긋나며 교육감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4개월 전에 바뀐 기준을 전달했고, 평가는 공정했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중대하게 변경한 평가지표를 소급적용한 것은 입법 취지·제도 본질에 반한다"며 자사고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교육청은 8개 자사고가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지정 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연전연패했다.

대응은 빨랐다. 서울시교육청은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잇따라 항소를 제기했다. 부산시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해운대고와의 소송은 이미 2심까지 진행돼 이달 12일 교육청 패소 판결이 났다. 다만, 대법원 상고 여부와 관련해선 부산시교육청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접었다.

이 과정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도 있다. 숭문고는 1심 승소 후 일반고 전환을 선택했고, 동성고, 한가람고도 지난해 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교육당국은 자사고가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재정결함보조금 등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 정부가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했다. 민족사관고·포항제철고·광양제철고가 오늘날 자사고 전신인 '자립형 자사고'로 전환했다. 이후 해운대고·현대청운고·상산고 등이 추가 지정됐다. 2010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 모델을 내놨다. 다양한 교육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계층을 형성하고 고교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자사고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정부는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사고 운명, 대선·헌법소원 결과가 변수
 

지난해 5월 서울 8개 자사고 교장단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자사고 지위 유지 판결'에 따른 서울시교육청 항소 취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정부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와도 맞닿아 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서열화를 없애고, 일반고에서도 특수목적고 수준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고교학점제란 대학에서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지정된 학점(3년간 192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역량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는 외고·국제고·자사고 등이 우수한 학생을 먼저 선발해 입시 위주 교육을 더 부추긴다고 봤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사고·외고 등에서 운영한 특별한 교육과정을 일반고에서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사고가 지정 취소 불복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부산시교육청의 소송 취하 결정을 존중한다"며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새로운 고교 체제 마련은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2019년부터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 2020년에는 자사고 등 설립 근거인 시행령 제90조 제6항, 제91조를 삭제했다. 이 개정안은 2025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24개 학교법인은 2020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결과는 올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5년까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개정된 시행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자사고를 없애려는 정부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또한 변수다. 차기 정부의 기조에 따라 고교 체제 개편 정책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대선 주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에는 자사고에 부정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인사가 포진해 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책자문단에는 자사고 존치를 주장하는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자사고 운명이 갈리기에 충분하다.

일부에서는 자사고 존립 근거를 시행령에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행령·시행규칙 제·개정은 행정부 소관으로, 국회가 모(母)법을 손대지 않는 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자사고 지위를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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