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삼호중공업도 연내 상장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약세다. 앞서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이 상장하면서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급락한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중공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만큼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수급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국조선해양은 전일 대비 0.44%(400원) 내린 8만9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간 기준으로는 낙폭이 미미하지만 지난 17일(9만3300원) 대비로는 3.96%(3700원)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종가(8만7500원) 이후 최근 1년래 최저치다.
문제는 모회사인 지주사가 이미 상장한 상황에서 사업부문 자회사가 추가로 상장할 경우 지주사는 수급 측면에서 불리한 만큼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조선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현대중공업을 지난 9월 상장한 후 모회사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소다. 지난해 5월 한때 16만원을 웃돌았던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현대중공업 상장 추진에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다 상장 당일이었던 9월 17일에는 10.97%(1만3000원) 급락한 10만5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삼호중공업까지 상장할 경우 그룹의 조선부문 자회사 중 규모가 가장 작은 현대미포조선만 한국조선해양에 남는 만큼 주가가 역대 최저치를 새로 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5년래 최저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증시가 충격을 받았던 2020년 3월 19일 기록했던 6만6300원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상장 당시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보다는 사업부문 대장주에 해당하는 현대중공업으로 비중을 옮기겠다는 수요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상장 당시 한국조선해양 주가가 부진했고 이에 대한 학습효과가 현재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대삼호중공업은 그룹 내에서 현대중공업만큼 비중이 높은, 대장주의 성격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구주 매출과 신규 발행 등 수치가 아직 미정인 만큼 수급적인 영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사측이 상장과 관련해 시장에 얼마나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