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되는 양극화가 성장률을 더욱 낮추고 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나머지 전체가 더욱 가난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K-양극화’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대기업, 플랫폼 기업, 디지털‧바이오산업, 고소득·고학력, 주택시장은 더욱 부자가 되고 중소기업, 요식·관광, 상업용 부동산, 여성과 청년층은 더욱 가난해지는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다. 부와 권력이 서울·경기에 집중되면서 지방은 소멸하고 있다. 중산층이 얕아지고 있고, 세계 최악의 자살률 등 병리적 현상도 나타난다. 대한민국이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었다.
20대 대선을 계기로 새 그랜드 플랜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 최빈국에서 최단시간에 산업 강국으로 도약한 ‘코리아 다이내믹’이라는 ‘대개척 DNA’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내걸었던 ‘747’(7% 성장, GDP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은 장밋빛이었고,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안철수 후보가 내건 ‘555’(5대 경제강국, 개인소득 5만 달러, 코스피 지수 5000) 공약 역시 ‘무엇을, 어떻게’가 빠져 있다고 비판받는다.
그럼 대한민국 경제가 어떻게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최빈국에서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전했는지 통시적 관점과 현재 미국, 독일 등 선진국과 글로벌 경제 발전 트렌드인 공시적 관점을 종합하면 해법이 보인다. 전자는 2차 산업혁명·3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 개발 노하우에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을 시찰하고 온 박 대통령은 먼저 인프라 고속도로를 깔고, 이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제조업 영역인 제철,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반도체 등을 집중 지원해 성공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 DNA에 맞는 IT 산업을 추진해 앞서갔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자신 역량을 정확하게 알고 목표를 정해 새로운 산업 역사를 만들었다. 후자는 미국, 독일 등 세계 산업 강국들의 경제성장 전략을 파악하는 것이다. ‘유럽의 환자’였던 독일을 ‘황금시대’로 이끈 메르켈 총리 역시 통시적·공시적 통찰력을 통해 발전 방향을 통달했다. 그는 “아데나워와 에르하르트 총리의 라인강 기적과 ‘사회적 시장경제’를 다시 공부해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강점을 파악하고 ‘인더스트리 4.0’이라는 새 경제 발전 전략·전술을 제시했다.
선진국을 따라가던 ‘패스트 폴로’에서 대한민국 경제 부흥 목표는 ‘퍼스트 무버’, 즉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는 것이다. 전략은 우리의 강점 ‘K-제조업·대기업·수출’ 모델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며, 전술은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글로벌 기업 7개’를 더 만들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이를 위한 ‘일곱 곶감 무지개’, 즉 지혜와 방안을 제안한다. 먼저 ‘글로벌 퍼스트’ 7대 영역 선정이다. 팬데믹 극복을 위한 백신 제약·바이오,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우주항공, 친환경에너지, 디지털, 창의문화콘텐츠 등이다. 글로벌 경제 산업 트렌드와 연관 있다.
둘째, 전국 권역별로 대표 산업 영역의 융·복합 혁신클러스터 건설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 영남에 집중하면서 지역별 부의 격차가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었다. 따라서 ‘전국 상향 경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나로호가 발사된 전남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고, 드론 택시 시범 사업을 먼저 실시하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드론 택시 영업에 들어갔다.
셋째, 이종 산업이나 동종 산업 기업 간 연합과 연대다. 지도자 리더십과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위해 손잡은 전략이 대표적이다. 타 산업 영역과 기업 간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정부가 과감하게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영국의 존슨 총리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백신 생산 기업에 국가 예산 수조원을 투자해 빨리 개발하도록 지원했다. 그렇게 성공한 백신이 mRNA 화이자·모더나, 아스트라제니카 등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장의 담대한 비전과 과감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재임 기간에 한두 개 분야에서 세계적인 산업 영역을 개척하고 기업을 키우겠다는 도전 정신이다. 미국, 독일에서는 그렇게 실적을 보인 주지사·시장이 국가 최고책임자에 올랐다. ‘라인강 기적’의 독일 아데나워 총리나 ‘신경제’의 미국 클린턴 대통령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섯째, 새 기업가 정신이다. 정주영, 이병철 같은 창업가를 이어받을 새 정신으로 무장한 기업가의 출현이다. 1980년대 미·일 반도체 전쟁의 틈에서 새로운 반도체 기회를 포착했듯이, 미·중 경제전쟁에서 새 기회를 창조할 기업가가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 사슬 변화로 새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 사슬과 중국이 추진하는 ‘홍색 공급망(Red Supply Chain)'이 맞붙는 국면이다.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있는가.
일곱째, 우리 글로벌 대기업 본사와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삼성은 대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구나 경북에, LG는 경남에, 현대차는 광주·전남에 본사를 두고 신규 공장을 짓는 것이다. 정경유착의 시대는 지났다. 전국 상향 발전을 위해서다. 독일은 벤츠, BMW, 아우디 등 자동차 대기업은 물론 히든챔피언 본사와 공장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으로 성장한 대기업은 다시 지역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하고, 산업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260년 동안 히든챔피언인 독일의 세계적인 문방구 회사 ‘파버 카스텔’의 카스텔 회장은 필자가 ‘경영철학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공동체”라고 대답했다. 회사 임직원 공동체, 도시 주민과 공동체, 그리고 국가 공동체와 함께했기에 오늘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지만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있기에 대개척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글로벌 최첨단 7대 산업 개척과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글로벌 7개 기업 성장을 지원할 대선 후보는 누구인가.
김택환 교수 주요 이력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광주 세계웹콘텐츠페스티발 조직위원장 ▷현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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