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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사고가 만연하다. 유권자 30%가 청년 세대인데도 어느 대선 후보도 제대로 된 청년일자리 공약을 제시하지 않는다. 독일은 청년일자리가 최고 국정 목표로, 완전고용 사회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 ‘잘못된 사고’가 유행하게 된 것은 3가지 원인에서다.
먼저 ‘퍼주기’ 포퓰리즘이다. 일자리보다 ‘기본소득’ 목소리가 높다. 한국만의 특징이다. 독일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는 “노동이 경제의 근간이자 자기 창조적 활동 토대”라고 말했다.
둘째, ‘잘못’된 해외 주장의 확산이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화·로봇화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말했고 우리 언론이 확산시킨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산업 강국에서 새 일자리가 늘고 있다.
셋째, 정치 리더십의 문제다. 2011년 이명박 정권은 ‘4대강 토건사업’을 할 때 독일 메르켈 총리는 ‘인더스트리 4.0’을 내걸고 새 일자리를 만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내걸고 첫 일정으로 ‘일자리 전광판’을 만들었으나 단 한 번 이벤트로 끝났다.
청년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약해지면서 나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체감실업률이 25%로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다.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고,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나라다.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3포(일·사랑·연애 포기)' 등 자포자기적 용어가 유행한다.
독일 등 선진국은 일치단결해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만든다. 2022년 1월 10일 독일노동시장·직업연구소와 경제구조연구소는 “2030년까지 모빌리티 영역에서 일자리 6만개가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공유차 플랫폼에다가 환경문제로 철도 시대로 가면서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전망이다.
독일과 한국의 청년일자리는 실적에서 차이가 났다. 2009년 12월과 2021년 12월 OECD가 발표한 회원국 청년고용지표에 따르면 한국 청년(15∼29세) 실업률은 8.7%로 10년 전(8.0%)보다 나빠졌고, 반면 ‘유럽의 환자’라고 조롱받던 독일은 2009년 10.2%에서 2021년 7.0%로 좋아졌다.
대한민국이 독일처럼 좋은 청년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프로젝트 ‘K-청년일자리 5.0’을 제안한다. 해마다 양질의 일자리 50만개를 만들 수 있는 7가지 방안이다. 상생과 협력이 중심인 ‘일자리 5.0’은 독일이 내건 ‘인더스트리 4.0’을 넘어서는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먼저, ‘청년일자리와 중견기업 상속세 빅딜’이다. 2008년 독일은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중견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확대할 경우 상속세를 면제하는, ‘상속세개혁법’을 제정했다. 핵심 내용은 가업승계 후 5~7년 동안 일자리와 급여 총액이 늘어나면 상속세를 85~100%까지 공제받는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1석3조’의 효과를 거두기 때문. 먼저 일자리 창출이다. 조봉현 IBK기업연구소 소장은 “(독일은) 상속세 면제를 통해 1년에 약 1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업승계를 통해 경쟁력이 높아진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의 95%가 가업승계를 통해서다. 나아가 기술과 전문 인력 축적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이를 ‘축적 우위’라고 설명한다. 일본, 스웨덴 등도 독일처럼 상속세 면제와 일자리 빅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둘째, 글로벌 기업의 ‘사관학교’ 운영이다. 독일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이원적 교육(Ausbildung)'을 통해 산업전사 ‘마이스터’를 양성한다. 참여하는 기업과 산업 분야는 약 350개, 참여 인원은 총 130만명이다. 해마다 30만명 이상 뽑아 약 4년간 양성한다. 독일 최고 기업 지멘스는 세계 약 30개 직업훈련센터를 통해 6500명을 뽑고, 베를린 센터에서만 약 1500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멘스는 인재 양성을 위해 연간 약 5억 유로(약 7500억원)를 투자한다. 기간은 3년6개월로 연수생에게 건강·재해·실업·연금 등 4대 보험을 포함해 1000유로(약 135만원) 이상 월급을 준다. 독일 전체 고등학생 중 약 3분의 1이 직업교육에 참여하고, 일반 대학 진학률은 35%로 한국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행히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도하고 삼성, 포스코, KT 등 대기업들이 시행하는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와 ‘K-디지털 트레이닝’ 같은 직업교육이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규모나 지원 차원에서 독일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못 미친다.
셋째, 창업 활성화다. 독일 등 산업 강국은 창업에 적극적이다. 메르켈 전 총리는 유럽의 ‘창업 중심 국가’를 내걸었고, 파격적으로 일정한 자격이 되는 청년·학생들에게 2년치 월급, 1년에 약 2만 유로를 준다. 2020년 한국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들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벤처업계가 신규 고용한 인원이 11만7000명으로 4대 대기업보다 약 5.6배 많았다. 우리도 창업 청년에게 매월 250만원을 2만명에게 2년치 월급 주는 정책을 추진할 만하다. 예산은 약 6000억원으로 청와대, 검찰, 국정원 등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줄이면 충분하다.
넷째, 한국형 ‘히든챔피언’ 양성을 위한 새 국가 연구개발(R&D) 비용 운용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10대 기술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양자컴퓨터, 블록체인, 플랫폼 등을 활용해 국제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6개 이상 '중소기업+연구소+대학' 컨소시엄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국가 R&D 예산 80%를 이 같은 컨소시엄에 지원해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다섯째, 중소기업 ‘업그레이드’다. '구구 팔팔',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이들이 일자리 80% 이상을 만든다는 뜻이다. 디지털화 지원 등 새 정책으로 일자리를 만든다.
여섯째, 새 ‘국가 산업지도 리스트럭처링’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신기술·신산업 중심의 융·복합 혁신클러스터를 전국에 만드는 전략이다. 예로 경북은 바이오, 전남은 우주항공 등이다. 광주형 혹은 구미형 일자리 모델을 넘어서는 것이다.
일곱째, 글로벌 일자리와 글로벌 진출 지원이다. 재외 대사관과 공공기관 해외 사무소, 기업 해외 지점 등에 청년 인턴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글로벌 전사를 키우는 전략이다.
20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공약은 청년일자리일 수 있다. 청년이 미래의 희망이자 30% 유권자로 대선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느 대선 후보가 더 나은 청년일자리 공약을 제시할 것인가.
김택한 교수 주요 이력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독일 본(Bonn)대 언론학박사 ▷경기대 산학협력단 교수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학자 ▷중앙일보 기자/국회 자문교수 역임
7곶감의 지혜를 후보들이 깨닫길 바랍니다~!!